『IMF는 단지 소방수역할』…서울대 심포지엄

입력 1998-03-27 19:26수정 2009-09-25 17:5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국제통화기금(IMF)은 급한 불을 끄러 온 소방수입니다. 그러나 내부 구조를 모르고 물을 뿌려댄다면 오히려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발화 지점으로 정확히 인도해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IMF시대 한국 사회 경제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제1회 서울대 사회과학대학(학장 신용하) 심포지엄이 27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렸다.

고금리문제와 정리해고 노사관계 재벌개혁에 있어 IMF 처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21세기 사회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창출해 낼 방안은 없는가. 위기극복을 위한 학자들의 심도깊은 토론이 벌어졌다.

▼한국 사회 경제 위기의 원인(홍원탁·서울대 경제학부)〓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기 규칙(제도와 구조)의 개혁이다. 외국에서는 국제적인 모범 시공사로 평가받는 건설업체들이 국내에서는 부실공사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시스템의 문제다.

따라서 선별적 자금 지원이나 특혜 제공보다는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국내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정경유착 없이도 마음놓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을 때 외국 기업의 활발한 투자도 가능할 것이다.

▼외환 금융위기의 특징과 IMF(김인준·서울대 경제학부)〓IMF의 정책 권고 사항중 고금리 정책은 문제가 있다. 환율 안정이나 외국 자본 유입에 앞서서 국내 기업이 무더기로 도산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이 완전히 사라질 우려가 없지 않다. 또한 동아시아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간 공동의 노력도 필요하다.

▼금융실명제와 대기업 집단(이근식·서울시립대 경제학과)〓우리나라 재벌들은 마치 적벽대전에서 ‘연환계(連還計)’에 묶여서 화염이 전체 선단으로 퍼지는 바람에 패망한 조조의 선단과 같다. 선단식 경영은 평화시에는 안정을 담보해 주지만 전시 상황에서는 연쇄도산의 위험 부담이 크다.

지금은 전세계적 경제 전쟁의 시대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중상주의적 관치경제를 청산하고 △자유의 보장 △자기 책임의 원칙 △공정한 경쟁 △투명성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금융실명제는 투명성 확립을 위해 중요하며 정부 주도의 업종 전문화 정책, 빅 딜(Big Deal), 강제 분할 등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IMF시대 노사관계의 변화(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한국의 기업 조직은 헌신성과 동료애로 똘똘 뭉친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고 그 역량을 극대화하면서 성장해 왔다. 아무런 준비 없이 ‘정리해고’와 같은 미국식 노동시장 형태를 무리하게 주입한다면 직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더 큰 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IMF시대의 실업과 그 대책(김상균·서울대 사회복지학과)〓2백만명에 달하는 대량실업 사태는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가 호전된다 하더라도 지속될 것이다. 이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70년대 이후 이러한 위기를 거쳤다. 사회보장 구조가 취약한 우리나라는 IMF의 요구에 따른 노동감소형 정책을 최소화하면서 공공 고용 창출과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리〓전승훈기자〉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