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스트레스」 갈수록 심화…정리해고 「칼바람」영향

  • 입력 1998년 3월 26일 20시 33분


정리해고의 칼바람에 하루아침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 중도 퇴직자들. 실업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와 경제적 압박감은 당사자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불안요소.

LG종합기술원(원장 김창수·金昌洙)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가 실직자와 실직위기자 18명을 심층 인터뷰해 ‘실업스트레스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실업스트레스의 원초적 단계〓대량실업이 예상되는 불황기엔 ‘우리 회사는 괜찮겠지’ ‘설마 나는 대상이 아니겠지’라는 모면의식을 바탕으로 막연한 기대감이 형성된다.

회사가 임금삭감을 넘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자신도 감원대상이 될 지 모른다는 불안 공포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가 급상승. 불안에 따라 과음 과다흡연을 하지만 겉과 속마음이 다른 ‘가면우울증’에 빠져들기 쉽다.

실직은 해고기준에 대한 불만으로 실직자에게 극도의 배신감과 분노를 유발하지만 1,2개월뒤엔 절망과 체념으로 바뀐다. 이후엔 적극적으로 실직상황을 수용하면서 망중한(忙中閑)속에 재취업을 시도. 재취업 실패가 반복되면 초조 불안이 심해지고 자신감이 저하되면서 실직당시에 이어 또 한차례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가정 사회관계 변화〓불황과 실업이라는 ‘외부충격’에 대해 가족들은 초기엔 ‘거족적(擧族的)’으로 단합하지만 곧 한계에 이른다. 남편은 가장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빠지고 주부들은 온종일 집에 눌러앉아 있는 남편 자체가 스트레스다. 주부들이 생계일선에 나서는 성역할 전환이 이뤄지며 분가(分家)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가족형태에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실직 1개월뒤엔 적극성을 잃고 대인을 기피하는 경향도 늘어난다.

▼대처방안〓고실업사회에서는 ‘남편이 가족부양을 책임진다’는 전통적 성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실직자 스트레스 중압감이 사회불안으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공공사업 조기착수, 대체업종개발 등에 나서야 하며 기업도 실직자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회사상황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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