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뒤엔 이곳에 가보자⑧]「드라이브 인 시어터」

  • 입력 1998년 3월 26일 20시 33분


내 차, 마이카…. 그 속처럼 마음 편한 곳이 또 있을까.

애마(愛馬)인 세피아승용차내에서 영화 ‘에일리언4’를 감상하고 있는 김정호씨(36·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한양아파트). 운전석 의자를 뒤로 젖힌다. 양말까지 벗은 발은 핸들너머 앞유리턱에 척 걸치고.

‘드라이브 인 시어터(Drive In Theater)’. 외국영화에서나 보던 자동차극장. 주변은 옆차의 실루엣만 분간되는 어둠. 정면의 스크린에선 억세게 생긴 여자(시고니 위버)가 찐득찐득한 괴물과 한창 씨름 중이다.

조수석의 아내(정승숙·33·주부)는 이미 영화감상삼매경. 무릎에 앉힌 아들(김한·6)의 손을 꼭 쥐고 있다.

이틀간 이어진 냉전. 지난 일요일(22일) 저녁상을 치운 아내의 혼잣말 “극장에나 가봤으면….” 그냥 못들은 체하면 될 걸 “지금이 몇신데 영화고. 인자 가면 언제 올라꼬.” 특유의 무뚝뚝한 억양이 또 화근.

24일 오후 6시반 볼일이 있어 서울에 나온 아내와 아들을 회사앞에서 태우고 광화문 출발. “영화? 한이는 어떻게 하라고, 애가 좁고 어두운 극장안에서 얌전히 있을 것 같아?” 아내의 퉁명스런 질문을 무시한 채 1시간만에 용인 한국민속촌정문 옆 가족공원주차장에 있는 자동차극장에 도착. 광화문부터 주행거리는 43㎞.

평일이어서 그런지 차가 그리 많지 않다. 서른대 가량이 세줄로 주차해 있고 가장자리엔 승합차도 보인다. 매점에서 커피를 사들고 차로 돌아가는 관객들은 주로 20,30대초반. 대부분 쌍쌍이다.

입구에서 배정받은 FM주파수에 맞춘 카오디오. 차안이 쌀쌀해 켜놓은 히터소리가 겹치는데도 영화음향이 제법 실감난다. 하지만 스크린이 좀 멀리 보여 실내 극장만큼 영화에 몰입하긴 좀 힘들다. 특히 뒤쪽에 주차하면 화면이 작게 보일 것 같다. 하지만 화질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있었네.” 아내는 이미 기분이 풀어진 것 같다. 영화에 싫증이 났는지 뒷자리로 옮겨간 한이는 컵라면에 과자, 콜라까지 마시느라 여념없다. 아이가 태어나고부턴 부부동반으로 극장 한번 가려면 얼마나 힘든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워문다. 앞차와의 간격은 6m, 옆차와는 1m가량. 다른 차 내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연애시절에 이런 데 왔으면 괜찮았겠는데….’마땅히 둘만의 공간을 찾을 수 없어 공원과 카페 등을 전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기분이 묘하고 괜히 쑥스럽다.

조수석쪽으로 슬며시 손을 뻗쳐보려는 순간. “여보, 승합차 타고 두세가족이 같이 오면 좋겠다. 입장료가 차 한대당 1만2천원이니까 6명이 타면 1명당 2천원밖에 안들잖아.” 분위기를 깨는 아내의 계산을 무시한 채 어깨를 감싸안는다. “이이가 왜 이래, 한이가 보잖아”.

하지만 고개돌려 보니 뒷좌석의 귀염둥이는 이미 꿈속을 헤맨다.

〈이기홍기자〉

◆ 알고 갑시다 ◆

외국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인 시어터’. 장점이 몇가지 있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관객 신경 안쓰고 마음대로 떠들 수 있고 △담배 피우거나 간식 먹을 수 있고 △젖먹이가 있어 실내극장에 가기 힘든 부부가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등.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 감상 여건 자체는 실내 극장만 못하다. 또 어두운 밤, 밀폐된 차안…. 철저한 극장 관리로 ‘점잖은 사람’이 ‘점잖게’ 즐길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다.

▼ ‘애플스타’ 자동차극장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 정문 바로 옆 가족공원 주차장에 있다. 지난해 10월 개장. 날씨에 관계없이 매일 저녁(월요일 제외) 2편 연속 상영. 음향은 입구에서 FM주파수를 지정받아 카오디오로 듣는다(일부 외제차는 청취 안됨).스크린은16m×8m.3백대 동시 주차 규모. 극장에 들어서면 미등도 꺼야 함.상영중에도 진출입 가능. 주차 안내요원이 돌아다님. 관람객의 프라이버시는 보장되지만 ‘미풍양속을 해치는 지나친 행동’은 제지받을 수 있다.

△관람료는 차 1대에 1만2천원. 승차인원수와는 무관. 승합차나 4륜구동 등 키 큰 차도 요금은 같지만 양옆으로 주차해야 함. 장애인용승용차는 6천원/1회 오후7시반∼9시반, 2회 9시40분∼11시반. 한번 입장으로 두편 다 볼 수 있음/매점에 간단한 요기거리 판매. 술은 없음/02―539―0430/PC통신천리안 ‘GOCARCINE’/인터넷 www.cityscape.co.kr/하루 전 주차위치 예약 가능/체육시설전문업체 MIT기업 운영.

△상영일정〓27일 ‘에이리언4’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28일∼4월3일 ‘8월의 크리스마스’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4월4∼10일 ‘007네버다이’ ‘8월의 크리스마스’.

△찾아가는 길〓경부고속도로 이용시 수원톨게이트로 빠져나와 신갈쪽으로 우회전해 4백m쯤 가면 신갈오거리. 여기서 우회전, 오산쪽으로 2㎞ 가량 가다 한국민속촌 표지를 따라 좌회전. 심야에 귀가할 땐 고속도로 진입 안내 표지가 부실하므로 신갈오거리를 지나치지 않도록.

▼ 안산 ‘스타트랙’극장

경기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지난해 12월 개장. 7백대 주차규모. 매일 상영. 관람료와 관람방법은 애플스타와 같음/㈜대주시네마 운영/0345―413―6825/27일∼4월3일 ‘낫싱투루즈’ ‘8월의 크리스마스’, 4월4∼17일 ‘마우스헌트’ ‘크래쉬’.

▼ 한강변 무료 스크린대축제

29일까지 서울 잠실 탄천주차장. 스크린은 27m×12m. 선착순 1천대 무료입장. 오후7시반부터 상영, 입장은 오후5시부터/현대정유 주최/02―746―4998/27일 ‘8월의 크리스마스’, 28일 ‘자칼’, 29일 ‘스타쉽트루퍼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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