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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26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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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벌이 조직원들은 데려온 갓난아이들을 그들의 호적에 친자식처럼 올린 뒤 이들을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앵벌이를 할 수 없을 때까지 부리다가 내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앵벌이 조직 근거지인 서울 용산구 동자동 후암동 일대를 밀착 취재한 결과 남의 아이를 입적시켜 껌팔이를 하고 있는앵벌이 조직원을확인했다.
또 서울 N산부인과의 한 관계자는 이 병원 원장이 미혼모로부터 받은 아이를 한명당 1백만∼3백만원을 받고 조직에 넘기고 있다고 폭로했다.
▼ 영아 매매 ▼
‘껌팔이’ 전모씨(39·여·용산구 동자동)는 90년 동네 극빈자 부부로부터 3백만원을 주고 영아를 입적시켰다. 86년 남편이 사망한 전씨는 90년 12월 같은해 5월4일 자신의 주소지에서 아이가 출생한 것처럼 신고를 마친 뒤 아이를 호주로 자신은 친모로 호적에 올렸다.
전씨는 또 2년전 3백만원을 주고 같은 동네에 사는 김모씨(35)의 아이를 사들였다. 생후 22개월된 이 아이는 전씨 호적에 올라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앵벌이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껌팔이’ 양모씨(39·용산구 후암동)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3남매 외에 한살짜리 영아를 막내로 두고 있다. 양씨의 부인 김모씨(41)는 최근 아이를 낳은 적이 없으며 앵벌이 조직의 한 관계자는 “양씨가 이 아이를 돈을 주고 데려왔다”고 진술했다. 현재 이 아이는 양씨의 호적에 올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씨의 넷째(5)는 호적에 영아매매 의혹을 사고 있는 N산부인과에서 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병원의 한 관계자는 “양씨의 넷째가 친자식인지 팔려간 미혼모의 자식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이 병원에서는 90년초부터 미혼모의 자식을 수백만원을 받고 내보내왔다”고 폭로하면서 “팔려간 아이들이 앵벌이에 나서는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 앵벌이 실태 ▼
현재 S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상훈군(가명·8)은 영아 때는 전씨가 승객들의 동정심을 자아내기 위해 등에 업고 껌팔이를 하는데 이용되었다. 그러나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된 이후에는 껌통을 들고 지하철에서 앵벌이를 하고 있다. 이들 조직원들은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교에 모두 보내고 방과 후와 주말을 이용, 구걸 행위를 시킨다. 조직원들은 아이 매입뿐만 아니라 같은 조직원끼리 하루 3만∼5만원을 받고 아이들을 자유롭게 빌려주곤 한다.
▼ 조직 실태 ▼
혼자 껌팔이를 할 수 있는 아이 한명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하루평균 5만∼10만여원. 앵벌이 조직원들은 자신이 극빈자임을 드러내기 위해 남의 명의로 재산을 감추고 있으며 용산구 동자동 일대에 20∼30여명의 조직원들이 대부분 억대의 자기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홍·이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