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 석탑 『복원이냐 보존이냐』 논란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우리나라 최고 최대(最古最大)의 석탑인 전북 익산 미륵사지석탑(국보11호·백제 7세기초·14.24m).

이 석탑을 완전 해체해 다시 복원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상태에서 보존조치를 강구할 것인가. 미륵사지탑이 탄생 1천4백여년만에 새로운 운명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는 일제시대때 탑의 붕괴를 막기 위해 발랐던 시멘트가 금이 가고 군데군데 부서지면서 자칫 탑 전체가 무너져내릴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 균열부분에 빗물이 새들어가고 탑 자체의 지탱력도 줄어들어 획기적 보존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탑에 문제의 시멘트를 바른 것은 1915년. 석탑 서쪽과 동북쪽면이 심하게 파괴돼 붕괴 위험에 처하자 일제가 부서진 곳을 시멘트로 발라 덧씌우는 응급보수작업을 실시했었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책은 ‘탑의 해체 복원’. 시멘트를 완전히 걷어낸뒤 9층탑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자는 것이다. 탑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뜻. 또한 시멘트로 인해 볼썽사나워진 석탑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시멘트를 제거하고 원형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신중론도 적지 않다. 탑에 손상을 주지 않고 시멘트를 떼어낸다는 것 자체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어서 해체는 더 큰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화강석재의 내부 상태가 어떤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탑을 해체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미륵사지석탑의 운명을 좌우할 이 양론은 안전진단이 끝나는 7,8월경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서두르지 말자는 것. 김동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탑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급하게 졸속으로 결정될 경우 미륵사지석탑을 더 악화시켜 영영 돌이킬 수 없을 지경으로 몰고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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