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극복 담은 「무대뽀 랩」 선풍…젊은층『너도 나도』

  • 입력 1998년 2월 18일 09시 19분


“IMF정신은 헝그리 정신과 ‘무대뽀’정신?” 요즘 서울 신촌과 종로등 도심에는 ‘길보드’라 불리는 리어카점과 레코드점마다 ‘IMF정신’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와 지나는 사람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IMF정신’은 한국영화 ‘넘버 3’에 등장하는 깡패집단 ‘불사파’ 두목(송강호 분)이 헝그리 정신과 ‘무대뽀’ 정신을 강조한 대사에 붙여진 이름. 댄스음악의 도입부로 이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최근 비디오로 나온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내용은 두 가지다.헝그리 정신과 ‘무대뽀’정신. “한국 권투가 요즘 왜 빌빌대는지 알아.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야.” “라면만 먹고도 금메달을 세개나 땄잖아.” 권투선수 홍수환과 육상선수 임춘애를 들먹이며 헝그리 정신을 표현한 대목이다. 전 세계를 돌며 맨손으로 황소를 때려 눕힌 가라데 명인 최영의를 예로 들며 ‘무대뽀’정신을 강조한 부분은 절로 폭소를 자아낸다. “소와 맞닥뜨리면 ‘너 소냐∼’하는 거야. 그리고 소뿔을 딱 잡아. 계속 내리치는 거야. 죽을 때 까지. 무대뽀! 이런 ‘무대뽀’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거다.” 3분 안팎 길이의 ‘IMF정신’은 “절대 게으른 강아지에게 햇빛은 비추지 않아. 햇빛!” 이라는 장엄한 외침으로 끝난다. 직장인들은 저녁 술자리에서 대화도중 자주 이 대사들을 인용하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대사를 완전히 암기, 흉내를 내는 청소년도 부쩍 늘었다. TV코미디프로에도 ‘무대뽀’ 정신이 등장했다. 나이트클럽에서는 DJ들이 춤곡 사이에 이 대사를 삽입, 흥을 돋우고 ‘불사파’라는 이름은 한때 종업원들의 가명으로 주가가 높았던 ‘DJ’ ‘조순’등을 제치고 인기 톱으로 올라섰다.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배우 송강호씨의 연기력과 거칠고 독특한 경상도 억양이 헝그리 정신, ‘무대뽀’정신의 유행에 한몫했다. 그러나 ‘IMF정신’이라고 이름이 붙을 만큼의 폭발적 유행은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과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 분석. 서울대 심리학과 차재호교수는 “무철포, 즉 총 없이 맨손으로 총구 앞에 나서 싸운다는 말이 변용된 ‘무대뽀’와 헝그리 정신에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우리 민족의 특성이 깔려있다”면서 “최근 경제 위기와 더불어 악착같은 끈기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작용, 이같은 유행이 번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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