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잃어도 애인까지 놓칠 순 없다?’
‘언약 반지(커플 링)’를 나눠 갖는 예비 신랑신부가 적지 않다. 언약 반지는 나빠진 경제사정 때문에 결혼을 미룬 커플이 나눠 끼는 사랑의 징표.
회사에서 ‘잘려’ 약혼녀에게 파혼당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목격한 예비신랑들이 신부를 놓치지 않으려는 궁여지책에서 대부분 이같은 언약 반지를 마련하는 것. 재미로 주고받는 반지가 아니라 결혼을 코 앞에 두고도 결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커플들의 ‘슬픈 언약 반지’인 셈.
대기업인 H사에 다니던 박현석씨(29·서울 중계동). 최근 회사가 화의 신청을 하자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해 왔다. 직장도 변변치 않은데 어떻게 둘이 먹고 살겠느냐는 것.
박씨는 언약 반지를 마련해 여자친구의 손가락에 끼워줬다.
손가락 끝 반지를 바라보며 여자친구는 “이전에는 ‘그깟 반지는 해서 어디다 쓰느냐’고 말하더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여자가 먼저 남자친구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배려하는 일도 있다. K법률회사에 다니는 이선희씨(28·여·서울 장위동)는 얼마전 L광고대행사에서 정리해고된 남자친구 김승엽씨(31·서울 사근동)에게 지난주 ‘만남 3백일’을 기념해 ‘언약 반지’를 선물했다. 이씨는 “정리해고된 뒤 의기소침해진 그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며 “지금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굴곡을 반지에 새겼다”고 말했다.
쥬얼버튼의 보석디자이너 홍성민씨는 “최근 들어 개인사정으로 결혼은 미뤘지만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담은 반지를 만들고 싶다는 문의가 하루에도 3,4건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연인간의 사랑만들기도 60년대로 회귀하는 것일까.
〈이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