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語대사 日연극 한국무대 오른다…정부,日극단에 공연허가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일본 연극이 한국에서 해방후 처음으로 일본말로 공연된다. 일본 오이타(大分)시 ‘쓰카고헤이’극단은 한국의 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 연극 ‘매춘(賣春)수사관’의 공연을 신청해 최근 허가를 얻었다. 이 극단측은 “한국측 관계자로부터 일본어 공연이 가능하나 미성년자 관람은 금지한다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매춘수사관’은 재일 한국인과 여성 동성애자 등에 대한 차별을 다루고 있는데 내년 3월 서울과 부산에서 한국인 배우에 의한 한국어 공연과 일본어 공연이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포 2세인 이 극단의 쓰카 고헤이 단장은 “양친이 태어난 조국에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한국 공연을 실현하고 싶었다”면서 “일제 역사나 전후 한일관계를 생각해 볼 때 일이 잘 진척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한국정부의 일본어 공연허가에 놀라움과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13년전 자신이 만든 연극을 한국에서 공연했을 때 한국말로 할 수밖에 없었던 점으로 미뤄 이번에도 비슷한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오이타시 관계자들도 “지난달 21일 한국 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 일본어 대본을 제출했는데 허가가 나와 반갑다”면서 “일본의 지방 문화가 양국간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고 평가했다. 한편 공연예술진흥협의회 서기원(徐基源)위원장은 “이번 공연허가를 일본문화 전면개방의 신호로 보는 것은 속단”이라며 “연극 내용이 우리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영어대사로 된 연극도 공연되는 마당에 일본어공연을 굳이 막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위원장은 “일본문화개방에 관해 아직 명시적인 지침이 제시된 바는 없지만 새정부가 개방을 수용할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이 허가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쿄〓윤상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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