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렇게 키워요/주한외국인]이스라엘대사 부인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다른 나라 어린이는 어떻게 교육받을까. 영어와 예능은 언제부터 어떻게 배울까. 전통 문화와 정신은 어떻게 이어받을까. 주한 외국인 가정을 통해 각국의 독특한 자녀교육방법을 소개한다.》 이스라엘. 전통교육법인 ‘탈무드’로 유명한 나라. 노벨상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민족. 비법은 무엇일까.》 서울 이태원동 외인주택단지에 자리한 주한이스라엘대사관저. 안주인 루스 아라지여사(49)의 정장차림에서 ‘일을 가진 엄마’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히브리문화와 교육학박사로 건국대에서 히브리학을 강의하고 있다. 3형제의 엄마. “유태교육의 핵심은 아이의 호기심을 억누르지 않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입니다.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과학의 근본인 만큼 결과적으로 유태인이 과학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데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아라지여사는 “이스라엘과 한국은 교육열에서 닮았다”면서 “그러나 이해할 때까지 물어보라고 가르치는 이스라엘엄마들과 달리 한국엄마들은 자식에게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교육한다”고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을 꼬집었다. 그는 “주입식 교육은 다음 교육단계에 방해가 될 뿐”이라면서 아이 스스로 묻고 깨우치도록 하는 창의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엄마들도 한국엄마들 못지않게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으나 아이의 연령이나 능력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고 그는 교육학자로서의 지론을 편다. 그러나 ‘초등학교 영어교육 폐지주장’에는 반대하는 입장. 외국어는 빠를수록 받아들이기 쉬운데 초등학교 3학년쯤 되면 모국어와 혼동하지 않고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언어를 구조로 이해하기 때문에 어려워진다고. “이스라엘에서도 히브리어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과거에는 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우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어교육이 모국어를 익히는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족의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이스라엘에서도 9세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집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쳤는지 궁금했다. 첫째아들(22)은 이스라엘에서 컴퓨터학자로 활동 중이고 둘째아들(20)은 군복무 중. 함께 있는 막내아들 에이얄(12)은 미국인학교 7학년, 우리로 치면 중학교 1학년이다. “어릴 때부터 진지하게 대해줬어요. 또 아이들의 질문에 성의있게 대답했습니다. 모르는 것은 함께 찾아보았더니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버릇이 생기더군요. 또한 나 스스로가 좋은 모델이 되려고 했어요. ‘이렇게 되라’고 말하기보다 따라하도록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 예능교육도 관심거리. “음악 미술 컴퓨터 등 골고루 기본적인 것은 가르쳤습니다. 그 뒤에는 자신의 관심에 따라 달라지더군요. 첫째아이는 열두살경에 컴퓨터에 흥미를 가지더니 학교에서 운영하는 ‘애프터 스쿨’에서 따로 공부해 컴퓨터학자가 됐어요. 에이얄은 기타를 좋아하는데….” 에이얄은 태권도에도 관심을 보여 방과 후 한국인 사범에게 태권도를 배운다. 검은 띠. 마침 태권도 시간이 돼 집을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아라지여사는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에이얄은 공부에도 관심이 많아요. 뭐가 되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한순간 그의 얼굴에는 아이의 꿈을 함께 먹고사는 ‘보통엄마’의 모습이 나타났다. <김진경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