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총,「한국현대소설의 비교연구」강좌 연다

입력 1998-01-12 08:29수정 2009-09-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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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늙고 젊은 두 사람의 얼굴이 나란히 비친다고 해보자. 이문구와 한창훈, 김승옥과 윤대녕, 채만식과 성석제, 오정희와 신경숙, 박완서와 공지영, 그리고 벽초 홍명희와 조정래까지…. 일상의 거울로 보면 전혀 닮지 않은 커플들. 그러나 소설이라는 거울에 비친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만큼이나 닮았고 또 다르다. 90년대의 대표적 소설가들을 선배작가들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현대문학의 전통 속에 자리매김하려는 시도. 민예총 문예아카데미가 13일부터 6주에 걸쳐 진행하는 ‘한국현대소설의 비교연구’ 강의계획서다. “90년대 작가들이 우리 소설문학의 맥락에서 뚝 떨어져나와 어느날 불쑥 솟아오른 것은 아닙니다. 80년대와의 급격한 단절로 탄생한 90년대 문학의 출현배경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것이겠지요. 90년대의 작가들에게서 전통의 반복과 차이를 확인함으로써 그들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천착되어야 하는가를 모색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강의를 기획한 평론가 이성욱의 설명이다. 김승옥과 윤대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작품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안개, 거세된 듯한 을씨년스러운 표정의 사내들의 같고 다름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무진기행’의 청년이 절대빈곤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시골읍내에서 소프라노의 발성법으로 뽕짝을 부르는 애달픈 음악선생과 돈많은 과부의 젊은 남편으로 기식하는 자신에게 정체성 혼돈을 느껴 부재증명을 얻고 싶어한다면 윤대녕의 90년대 사내들은 ‘컴퓨터에 입력돼 키보드의 자판 하나만 누르면 호출되는’(‘눈과 화살’) 악귀 같은 생활로부터 실종되고 싶어한다. 안개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어한다는 공통점 만으로 이들의 심리상태와 이들을 낳은 사회적 맥락까지 사상해 버리고 ‘닮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오정희와 신경숙의 ‘문체미학’을 강의할 평론가 황도경은 두 작가의 ‘더듬거리는 말투’에 주목한다. “새엄마가 해주는 밥은 먹지마”라고 단호히 말하는 오빠와는 달리 그녀의 이닦는 모습조차 좋아하는 나(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문열어” “배고파” “불꺼” “불켜” 단문의 명령어들을 내뱉는 남편 아들 등화관제요원 등의 남자들과 달리 쉼표없는 복문의 말을 쉴새없이 우물거리는 여자(오정희 ‘어둠의 집’). 그 여자들의 더듬거림은 합리성 논리성으로 갈등없이 세계를 단정하는 남성적 언설에 저항해 ‘정말 그럴까. 삶이 그렇게 명백히 드러나는 것일까’라는 반성적 사유를 드러내는 언어전략이라고 황도경은 지적한다. 그러나 오정희의 경우 화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뛰어넘어 삶의 모호성을 그려내려는 주제의식이 분명하게 잡히지만 신경숙은 남녀대결구도가 더 강하게 부각됨으로써 자칫 여성소설로 읽힐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황씨가 보는 차이점이다. 강사진은 방민호 이성욱 진정석 백지연 황도경 황광수 등 90년대 문학담론형성의 주역이 되어온 젊은 평론가들. 강의는 매주 화요일 오후7시 서울 종로구 낙원동 민예총 문예아카데미강의실에서 열린다. 수강료 6만원. 02―739―6855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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