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조각가 김문성-김서경씨

  • 입력 1997년 12월 30일 07시 45분


한겨울이고 한여름이고 경보(7·북내초등학교 운암분교 1학년)는 도통 집안에 안 붙어 있으려고 한다. 엄마의 빨래걱정은 아랑곳없이 흙장난을 하느라 손이 다 트도록 논다. 나무를 잘 타서 동네친구들한테 「원숭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경기 여주군 북내면 중암리. 경보는 거기서 그렇게 맘껏 뛰논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뛰어노는 방법을 몰라」 서울의 아파트촌 방구석에서 장난감만 만지작거리던 아이다. 그러던 경보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은 아버지 김운성씨(33)와 어머니 김서경씨(32). 젊은 조각가 부부다. 『도시에서는 나 자신이 사회의 부속물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이곳 생활은 무엇보다 아이에게 좋은 것 같아요. 아이가 자연 속에서 계절을 느끼며 살 수 있으니까요』 김씨 부부는 농가주택을 개조해 조각작업을 함께 하면서 「농사짓고 소키우는 이웃들」과 어울려 산다. 처음엔 마을주민들의 텃세가 괴롭기도 했지만 경보 덕분에 이웃과도 금세 친해졌다. 경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온동네를 돌아다니며 인사하고 밥까지 얻어먹고 다녔기 때문. 시골에서 사는 또하나의 좋은 점은 자녀교육에 극성스런 이웃들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살 때는 「1학년짜리 우리 애는 벌써 2학년 진도를 나간다」 「피아노는 체르니 30번을 친다」는 소리들을 들을 때면 괜히 딴 세상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게 사실. 이제 그들은 아이를 맘놓고 놀릴 수 있게 돼 편안하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배울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하라고 다그칠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재미를 느껴 공부하자고 덤빌 때까지 기다려야죠』 아버지 김씨는 학교 담임교사를 찾아가 『숙제 안 해가도 꾸중하지 마세요』라는 당부까지 했단다. 어머니 김씨도 『학교 들어가기 전에 남들 다 가르치는 한글도 안 가르쳐서 경보는 아직까지 어려운 한글은 잘 모른다』며 「태평스레」 웃는다. 언젠가 경보가 친구들이 하는 학습지를 자기도 시켜달라고 한 적이 있었지만 부모는 이말 한마디만 했다. 『너 학습지하면 놀 시간이 없어질텐데』 경보네 동네에서는 일부러 먼 초등학교를 보내는 부모도 여럿이지만 경보는 집근처의 분교를 다닌다. 전교생이 40명인 자그마한 학교다. 『선생님이 애들 특성에 맞게 하나하나 신경을 써주셔서 좋아요. 1,2학년이 함께 수업받는 것도 재밌고요』 김씨 부부는 경보네 학교에 한달에 한번씩 미술교사로 나가기도 한다. 지난달엔 학교를 빌려 부부 전시회도 열었고 내년 봄엔 아이들 작품까지 한데 모은 전시회를 서울에서 열 계획이다. 『경보가 성장해서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았으면 하는 게 우리의 소망입니다』 〈윤경은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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