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 「불꽃놀이 음악」등 두작품 새옷입고 선보여

  • 입력 1997년 12월 16일 07시 45분


한 예술가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함께 이름이 불리는 작품이 있다. 헨델의 「수상(水上)음악」과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이 그렇다. 두 작품 사이에는 30년이라는 세월의 간격이 있지만, 왕실의 장엄한 행사를 음악으로 뒷받침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표현의 특성에서도 두 작품은 닮아 있다. 2백50년이나 지난 오늘날에도, 수상음악의 끝악장이나 불꽃놀이 음악의 「환희」가 힘차게 금관으로 울려퍼질 때 누구나 가슴이 뛰는 「선동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최근 두 작품의 주목할만한 새 음반이 선을 보였다. 먼저 눈길이 가는 쪽은 트레버 피노크가 지휘한 잉글리시 콘서트 연주의 「불꽃놀이 음악」(아르히프). 이 음반에서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특징은 수십대의 목관악기가 내는 「새들의 합창」처럼 특이한 음색이다. 바이올린 등 현악기는 한대도 없고 무려 24대나 되는 오보에와 13대에 이르는 바순이 연주에 동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특이한 악단편성은 바로 1749년 작품이 첫연주될 때 그대로다. 작곡을 명한 영국왕 조지2세가 『깽깽이 소리는 넣지 말라』고 명령했던 것. 그뒤 헨델은 관악기를 줄이고 현악기를 보충해 「정상적」인 편성으로 작품을 고쳐 썼다. 최근까지도 작품을 초연때 모습 그대로 연주한 예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20명이 넘는 오보에 주자를 한데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다. 현대 교향악단의 경우 같은 종류의 악기는 최대 4대가 등장하는 것이 표준. 모처럼 「처음 모습대로」 듣는 「불꽃놀이 음악」은 우리 귀에 익숙한 현악 추가악보의 우아함이 줄어든 대신,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는 오히려 한층 더 크게 강조되고 있다. 때맞춰 지휘자 로버트 킹은 「킹즈 콘소트」를 지휘, 헨델과 텔레만의 「수상음악」음반(하이피리언)을 내놓았다. 음반의 장점으로 먼저 꼽을 수 있는 점은 튼튼한 저음. 현과 오르간의 튼튼한 하프시코드(피아노 전신)와 류트 등 현악기의 음색이 고소하게 녹아들어간다. 바이올린 등 고음 현의 앙상블은 풍요한 느낌을 더해주고 금관악기들도 부피감을 안겨준다. 연주속도는 다소 빠른 편이어서 조금 공격적으로 들리지만 과장된 느낌보다는 유쾌한 느낌이 앞선다. 헨델의 곡과 함께 실린 텔레만의 「수상음악」도 잘 연주되지는 않지만 헨델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호사스러운 축제기분을 나타낸다. 넵튠 나이아드 등 서양의 해신(海神)들이 차례로 주인공으로 그려지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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