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명성황후」의 뉴욕 공연 성공은 우리 연극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쾌거였다.
윤호진씨(에이컴 대표)의 제작 연출로 8월15일부터 열흘간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교포가 아닌 미국관객을 대상으로 한 첫 유료공연이었으며 뮤지컬의 본거리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최초의 우리 뮤지컬이었다.
반면 9월부터 한달반 동안 서울과 과천에서 열린 「세계연극제 97 서울 경기」는 문화에 있어서도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려드는 현실을 보여준 자리였다.
세계 26개국의 1백13개 연극 무용 음악극이 다채롭게 선보여 해외문화에 대한 이해와 연극의 힘을 확인시킨 점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국내참가작과 이 기간 중 공연된 우리 연극은 관객의 관심을 모으지 못했고 결국 2억5천만원의 적자를 남긴 채 끝났다. 올해는 20, 30대 젊은 작가들의 역량이 돋보인 한해이기도 했다. 조광화의 「남자충동」, 장진의 「택시 드리벌」, 전훈의 「난타」 등은 영상과 이미지를 중시한 감각적 연출 이외에 지금까지 연극에서 금기시돼오던 폭력 욕설 리듬 등을 무대에 올려놓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한편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소극장 연극은 공연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리는 등 IMF추위를 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