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화국 시절 정 재계 실력자들의 사랑방이었던 대원각(大苑閣)이 14일 청정도량 길상사(吉祥寺)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 경내에서 열리는 개원식에는 천주교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내빈으로 참석, 축사를 할 예정이어서 더욱 화제다.
사찰 개원식에 타 종교의 「어른」을 모시는 불교계의 「열린 마음」과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 김추기경의 「너그러운 가슴」은 아집과 독선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일화로 기록될 것이다.
개원식에는 조계종 원로인 관응(직지사 조실)스님과 송월주(宋月珠)총무원장도 참석, 법어와 축사를 하게 된다.
지난해 9월 대원각 소유주인 김영한(金英韓·81)여사에게서 시가 1천억원대에 이르는 대원각내 40여동의 건물과 7천여평의 부지를 조건없이 시주받은 법정(法頂)스님은 올해 초부터 각계 인사와 개원 및 사찰 운영방식을 논의해왔다.
그 결과 스님의 설법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찰과는 달리 「시민을 위한 상설 수련도량」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찰측은 건물을 임대했던 음식점이 10월31일 완전히 자리를 비워줌에 따라 42동의 건물을 30여동으로 정비, 법당 설법전 선원(禪院) 범종각 도서관 등 사찰의 체계를 갖췄다.
김추기경이 이 뜻깊은 사찰의 개원식에 참석, 축사를 하게된 것은 지난 20여년간 법정스님과 종교의 벽을 넘어 우의를 나눠온 천주교 춘천교구장 장익(張益)주교의 건의 때문.
김추기경은 특히 최근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길상사 주지 청학(淸鶴)스님에게 『법정스님은 우리 신부님들과 수녀님들도 참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이다. 주일미사가 있는 날이지만 기꺼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스님은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주신 추기경의 배려가 참으로 고맙고 귀할 따름』이라며 『시주자와 사찰의 개원을 도와주신 모든 분의 뜻에 따라 길상사가 「시대의 유행을 본받지 않는 가난하면서도 맑고 향기로운 도량」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명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