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신 심각…예금 인출사태,하루 2백억 빠져나가기도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3분


『어떤 은행이 문제있고 어떤 종합금융사가 불안한지 당장 밝혀달라. 서민들도 이렇게 당하고만 살 수 없지 않으냐』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금융기관의 통폐합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눈앞에 닥치면서 거래 금융기관의 도산을 우려한 일반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는 등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극도로 불안해진 개인고객들은 거래 금융기관이 안전한지 여부를 다각도로 확인하고 미심쩍을 경우 주저하지 않고 돈을 빼내고 있어 예금인출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지난 2일 정부가 9개 종금사에 대해 업무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본격적으로 번진 금융기관 불신 현상은 3일 우리나라가 IMF 돈을 받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더욱 확산돼 신용공황마저 우려되고 있다. 회사원 이모씨(43)는 『은행에서 돈을 빼 장롱에 보관해야 할 것 같다』며 『IMF 구제금융이 치욕스러운지 잘 모르겠으나 내 돈이 위험하다는 사실에 밤잠을 설친다』고 털어놨다. 금융기관 사정도 거래 고객만큼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종금업계는 일부 종금사의 업무정지 여파로 예금을 인출하는 고객이 급증,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부실한 것으로 알려진 종금사의 경우 이번주부터 매일 적게는 1백억∼2백억원, 많게는 1천억원대의 예금이 빠져나갔으며 예금이 안전한 지를 묻는 고객들의 문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은 하루에 2백억원 이상의 예금이 인출되고 있어 은행의 존립기반마저 위태위태한 상태. 우량한 것으로 알려진 시중은행들은 갑자기 몰려든 신규 고객으로 평일 낮시간에도 점포가 붐빌 정도. A은행의 경우 11월 한달 동안 6천억원, 후발 B은행은 2천4백억원 가량 예금이 증가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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