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파동에 사는 최병일(39·회사원) 이현희씨(32) 부부는 요즘 저녁 시간이 훨씬 길어지고 풍요로워진 기분이다. TV시청에 대부분을 소비하던 저녁시간을 가족 모임 또는 독서 시간으로 활용하기 때문.
최씨가족에 변화가 온 것은 첫아들 명균군(7)이 다니는 숙명여대 아동연구소 부설 유아원의 「TV안보기운동」에 참가하고부터. 이 유아원은 지난 3∼9일 63원생가족을 대상으로 TV를 전혀 보지 않도록 한데 이어 10∼16일 TV시청시간을 축소 조정토록 한 것.
최씨가족이 이 운동에 참가하기 전 아이들은 오후 5∼7시, 어른은 오후 8시 최씨의 퇴근후부터 자정넘어까지 TV를 시청했으므로 저녁내내 TV가 켜진 상태였다.
이씨는 『한동안 TV를 보지 않자 연속극의 스토리가 연결이 안 돼 TV에 눈이 가지 않고 아이들도 만화영화 한두 프로만 보고는 더 이상 보겠다고 조르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최씨는 『TV시청시간을 줄여 놀이 독서 가족모임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아동연구소장 서영숙교수(아동복지학)는 『TV에 중독돼 처음엔 자주 TV로 손이 갔으나 아이들 앞에서 볼 수 없어 참았다는 부모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이 기간 부모들은 자녀와 놀거나 얘기하고 책을 읽어주면서 서로 친밀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서교수는 다른 가족들도 며칠간이라도 TV안보기를 실천해 보라고 제안했다. 다음은 서교수의 「TV안보기운동」 실천 방법 요약.
△TV화면에 「TV안보기」 선언문과 활동계획표를 붙여두고 코드를 뽑는다 △컴퓨터게임을 하지 않고 비디오도 보지 않는다 △가족 모두 특히 아빠는 집 밖에서도 TV를 보지 않는다 △저녁시간 온가족이 공원산책 뒷동산오르기 술래잡기 등 야외놀이와 함께 실뜨기 끝말이어가기 등 실내놀이를 해 본다. 숙제나 독서를 해도 좋다 △며칠 간격으로 2,3회 실시한다 △TV를 켜지 않고도 견딜만해지면 아이들은 만화영화, 어른은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 좋은 프로를 정해 「하루 1시간 TV보기」 원칙을 실천해 나간다.
〈김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