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학문적 실수를 후학들이 바로잡았다. 93년 타계한 한국 고고학 미술사학의 태두 김원룡선생과 그의 후학들.
우리 학계의 관행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후학들은 이것이 스승에 대한 진정한 존경이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
「한강유역 고구려요새―구의동유적 발굴조사 종합보고서」. 후학들은 고인의 4주기인 14일 선생의 유골이 뿌려진 경기 연천 전곡리 구석기유적에서 이 보고서의 봉정식을 가질 계획이다. 전곡리는 고인이 직접 발굴했던 곳이다.
서울 성동구 구의동유적은 77년 고인이 발굴했던 고구려 요새. 당시 고인은 「요새일 가능성도 있지만…백제 고분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결론지었었다.
『그때는 고구려유물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그같은 해석을 내리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실수라기보다 당시 우리 고고학의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제자인 조유전 국립민속박물관장의 말. 이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고구려요새임이 밝혀졌고 고인 생전에도 이러한 연구성과가 조금씩 발표됐었다. 『생전에 고구려요새임을 암묵적으로 인정하신 셈』이라고 조관장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이 고인에게 누가 되지않을까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발굴보고서로는 유례없이 세련되고 깔끔하게 만드는 등 모든 정성을 다했다. 문인화에 독보적 경지를 개척했으며 유언장을 써서 늘 연구실에 놓아두었던, 술을 즐기고 사십이 넘어서도 신춘문예에 응모하며 낭만적으로 살다간 고인. 이번 보고서 발간은 고인의 삶만큼이나 감동적일뿐만 아니라 우리 학계에 하나의 신선한 충격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