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멜로물 르네상스…이슬같은 사랑의 「영상」

  • 입력 1997년 11월 12일 07시 19분


그래도 남은 건 사랑이다. 코미디보다 더 우스운 현실 때문에 한동안 우리 영화의 주류였던 로맨틱 코미디는 빛이 바랬다. 10대들의 폭력은 액션 영화 저리 가라다. 드라마가 드라마같은 건 역시 러브 스토리다. 「접속」이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더니 여러가지 멜로드라마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빨간 단풍잎처럼 고운 사랑이 있는가 하면 천년을 보내고도 기다림만 남는 사랑이 있다. 22일 개봉되는 영화 「편지」는 관객들의 여린 감성을 한껏 자극할 전형적인 러브 스토리다. 『언젠가 남편이 그랬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건너야 할 자신의 사막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사막을 건너는 길에 난 짧은 오아시스를 만났었다. /푸르고 넘치는 물,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오아시스를 지나/나는 이제 그 사막을 건너는 법을 안다. /한때 절망으로 울며 건너던 그 사막을, 나는 이제 사랑으로 건너려한다. /어린 새의 깃털보다 더 부드럽고, 더 강한 사랑으로』 달빛 아래의 메밀꽃처럼 화사하던 사랑은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부서진다. 더 이상 살 기력을 잃은 부인앞에 배달되는 남편의 편지…. 영화 「편지」는 사막같은 삶에서 만난 오아시스같은 사랑을 그린다. 최진실이 이슬같은 눈물을 자아낼 사랑의 주인공이다. 사랑을 보석처럼 귀하게 만드는 건 죽음인지도 모른다. 다음달 선보일 「8월의 크리스마스」도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남자와 그의 죽음을 모른채 기다림을 키우는 여자의 투명한 사랑이 그려진다. 사랑이란 이름의 비정(非情)도 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통해 인간 관계의 비극성을 현실보다 더 섬뜩하게 그려냈던 홍상수감독이 「강원도의 힘」을 준비중이다. 유부남과 처녀의 사랑이 비극적인 것은 운명의 가혹함 때문이 아니라 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눈물나는 사랑만이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사전적 정의는 「권선징악의 통속극, 신파극같은 이야기」. 그런데 이같은 개념마저 포스트모던 시대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여지없이 깨진다.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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