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노량진 주상복합,큼직한 창으로 답답함 보완

  • 입력 1997년 11월 10일 08시 34분


사회적 변화에 따라 주거에 대한 형태적 기능적 요구는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건축설계를 하면서 이런 자문을 자주 해보곤 한다. 집은 우리에게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으로 이해돼야 한다. 그러나 자본 축적과 사회적 변화에 따른 요구는 대형화 복잡화 신기능의 수용에 대한 필요성을 증진시키고 있으며 우리를 더이상 삶의 보금자리로서의 집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우리의 동네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라졌고 촘촘히 주차된 차들 사이로 걸어다니기 조차 힘들 때도 있다. 생활의 긴장감은 더해가고 있으며 피곤한 심신을 쉴 수 있는 안식처로서의 집의 개념은 충족되지 않는다. 서울 노량진. 집 뒤에 조그마한 동산이 고층아파트로 바뀌고 사람과 차의 통행이 늘어나는 변화 속에서 오래된 집에 살던 사람들이 새로운 집을 짓기로 했다. 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방도 늘려주고 주변 상가와 연결해 저층부에는 임대용 상가를 원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살 집은 5층에 계획했다. 이에 따라 설계의 주안점은 서로 다른 성격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역할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는데 두었다. 타인들과 공유해야 하는 생활을 강요하기보다는 서로의 영역을 확보해주는 방법을 찾으려 했으며 서로의 동선을 수직적으로 분리했다. 인접대지로부터 일정하게 분리돼야 하는 사선제한을 반영, 외부벽면을 경사진 중복된 선들로 연결했으며 경사진 벽 내부는 수납장으로 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외벽과 지붕재료는 콘크리트와 드라이비트로 마감, 구조적인 역할과 마감을 일체화된 재료로서 표현했다.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계단실 외벽은 돌출 모자이크식 창들과 벽면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연출했다. 또 주택 내부의 제한된 면적을 보완하기 위해 층고를 통해 개방시켜 주었으며 외부로 노출된 유리천장은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도록 하늘로 개방되게 설계했다. 거실과 식당 전면을 유리창으로 마감함으로써 공간적인 확장성을 유도했다. 여기에다 여의도 야경과 풍경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시각적인 개방감을 보완한 것이 노량진 복합주거건물의 특징이기도 하다. 제갈엽 (건축연구소 에이마유로 대표) ▼약력 △성균관대 건축과 졸 △미국 뉴욕컬럼비아대 건축석사 △미국 유럽 일본 건축사무소 실무 △강화교회 연수원 등 설계. 02―515―6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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