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사랑의 슬픔」펴낸 마광수씨]

  • 입력 1997년 11월 10일 08시 34분


무수히 돌팔매를 맞았어도 그는 변하지 않았다. 작가 마광수(46). 「가자, 장미여관으로」 이래 9년만에 새 시집 「사랑의 슬픔」(해냄)을 펴냈다. 첫 시집과 두번째 시집 사이 「즐거운 사라」로 옥고를 치렀고 대학교수라는 직업도 잃었지만 「관능적 상상력이야말로 즐거운 사랑의 원천」이라는 주장은 67편의 벌거벗은 시 속에 여전히 살아있다. 그가 그린 원색의 그림들이 시의 도발성을 더 부추긴다. 그러나 그는 『지쳤다』고 말한다. 『솔직한 사랑을 마음껏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 스스로 자기검열의 덫에 빠졌다』고 푸념한다. 그래서 시집 제목이 「사랑의 슬픔」이다. 「…오 내 사랑, 제발 기억해 다오/내가 아픔을 참고 매일밤 팔베개를 해줬다는 걸//하지만 난 결국 팔에 신경통이 생겨/더 이상 팔베개를 해줄 수가 없었지 정말 아팠어//오 내 사랑, 그러자넌 내 곁을 떠났다/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나는 팔이 아파 너를 붙잡을 수도 없었다/다만 애원하며 설득했을 뿐, 이것이 사랑의 실존이라고…」(「사랑의슬픔」 중). 그는 97년 한해 다섯권의 책을 썼다. 새 시집만큼이나 소중한 또 한권의 책은 「시학(詩學)」(철학과현실사). 그의 「시창작론」은 반역적이다. 그는 「문학이란 본능의 대리배설」이라고 주장한다. 「삼국지」가 많이 읽히는 것은 충성이나 의리 정의의 교훈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대량살상의 장면이 많이 나와 인간의 가학욕구를 충족 시켜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도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서정이 아니라 마조히스트로서의 피학적인 여성심리를 읽어낸다. 『시인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상식과 고정관념의 틀을 뛰어넘어 주변의 사물을 삐딱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 삐딱함은 과연 용서될 수 있을까. 용서받지 않아도 그는 자신을 감추지 않는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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