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화가 비네테 슈뢰더의 환상적이면서도 재기 발랄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그림동화. 「악어야, 악어야」(비룡소 펴냄).
어느날 나일강 모래밭에 누워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초록빛 악어 한 마리. 강변을 산책하던 귀부인들의 대화에 귀가 번쩍 뜨인다. 『악어가게엔 정말 근사한 물건이 많아』
악어는 마음을 다져먹는다. 「아무리 멀다해도 그 멋진 가게를 꼭 찾고야 말겠어」.
운 좋게도 백작할아버지의 요트에 편승하게 된 악어는 우여곡절 끝에 악어가게에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자신의 아름다운 가죽으로 만든 「끔찍한」 물건들을 보고는 자지러진다. 『꺅, 이건 정말 참을 수 없는 모욕이야!』
그 다음은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나일강 초록빛 악어의 통쾌한 한판 복수. 그러나 인간의 자연파괴와 착취행위를 직설적으로 빗대지는 않는다. 작가는 초현실주의 기법과 극도의 섬세한 붓터치를 통해 환상과 유머속에서 인간의 야만과 무지, 그리고 허영과 사치를 풍자한다.
악어들이 모자와 양산을 쓰고, 망토에 비단스카프를 걸치고, 초록빛 겨드랑이 사이로 은은한 향수냄새를 풍기는, 정말 악어에게 어울리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마지막 장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악어가죽 제품 역시 정말,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값 6,500원.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