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2시반 서울 남대문시장 입구. 지방에서 상인들을 태우고 올라온 버스 등 차량들이 몰리는 시간대다.
예년 같으면 이들 차량으로 도로가 으레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래서 퇴계로∼남산3호터널 입구 구간은 심야 운전자들 사이에서 꼭 피해야 할 코스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이날 시장 주변은 다른 곳에 비해 다소 체증을 빚었을 뿐 극심한 혼잡은 보이지 않았다.
『추석 사나흘 전이면 차량들이 남산까지 늘어섰어요. 시장 안쪽에까지 차들이 밀고 들어와 사람들이 제대로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였는데…』
잘 소통되는 도로사정과는 정반대로 시장 상인들의 가슴은 답답증에라도 걸릴 지경이다. 올초부터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도 상인들은 「추석대목」에 한가닥 기대를 걸어봤다. 그러나….
『아이고 세상에, 가게 내고 18년동안 올해같이 끔찍한 적은 없었어요』 썰렁하기만 한 옷가게를 지키고 있는 50대 여주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대문시장의 불황은 시장 내 약국의 드링크류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상인들이 손님들 대접용으로 많이 찾는 드링크류는 시장 경기를 단번에 읽는 척도. 시장 입구 세종약국의 임태순(林泰淳·54)약사는 『박카스 등 드링크류 매출이 작년에 비해 40% 가량은 줄어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임씨는 또 『명절 때는 청심환 영양제 혈액순환제를 선물용으로 많이 사 가는데 올해는 찾는 사람이 통 없다』고 말했다.
또 줄어든 것이 쓰레기배출량. 치울 쓰레기가 별로 없다보니 수거차량 운행횟수도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 관리사무소측의 설명.
상인들이 그날 그날 장사한 수입을 입금하는 중소기업은행 남대문시장지점의 경우에도 매일 입금액은 작년에 비해 15% 가량 떨어졌다.
이 지점의 김영철(金煐哲)차장은 『지난 설때도 불황이었지만 이번 추석에는 더 나빠진 것 같다』면서 『추석을 앞두고는 상인들이 물건을 떼기 위해 돈을 많이 찾아가는데 올해는 이것도 평소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