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님 풍(風) 드세요』
『시숙어른 이번엔 죽어 주셔야 되겠습니다』
어느 가족의 추석연휴 안방 고스톱판 풍경.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명절날 고스톱은 지나친 승부욕과 돈에 대한 집착으로 자칫 가족간의 화목을 해칠 수 있다. 고스톱이 나쁜 다음의 일곱가지 이유를 되새겨 본다면 우리 사회의 「고스톱 열풍」이 고개를 숙일까.
▼중독성〓고스톱엔 원래 「할 뻔」하고 「될 뻔」하고 「날 뻔」하는 마력이 있다. 그 마력에 한 번 빠지면 밤새는 줄 모른다. 하루에 한번쯤 고스톱을 안치면 손바닥이 근질근질하다는 사람은 고스톱 중독자다.
▼언어의 무례성〓고스톱판의 언어는 거의 반말이다. 『고 하겠습니다』 『스톱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 봤는가. 『앞에서 막 자르면 어떻게 해』 『내 참, 이웃을 잘못 만나서』 위 아래가 없는 험한 말이 대부분이다.
▼공중도덕 실종〓고스톱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귀성길 승합차 뒷자리, 공항로비에서부터 심지어 여행길의 백두산 천지에서까지 기념고스톱판이 벌어진다.
▼비인간성〓제1조 안면몰수, 제2조 현금박치기, 제3조 낙장불입 등 소위 「고스톱 헌장」은 듣기만 해도 살벌하다. 「오고 가는 현찰 속에 싹트는 우정」이란 말의 진짜 뜻을 되새겨볼 일이다.
▼바보되기 쉽다〓적은 돈이라도 잃게 되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렇다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 「좀팽이」로 눈총받는다. 자칫 돈잃고 피곤한데 머리 나쁘고 인간성 안좋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도박성〓웃고 즐기자고 시작했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판돈이 커져 도박으로 변하기 쉽다. 형법에는 「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1백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단, 일시 오락 정도일 때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디스크 걸리기 쉽다〓고스톱은 긴장상태로 구부리고 앉아 치는 게 보통. 목 등 허리로 이어지는 근육이 오랜 시간 긴장하게 되면 관절을 삐게 되고 곧 디스크로 이어진다는 게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 문재호교수(재활의학과)의 지적이다.
〈김화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