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열전」보다 「냉전」이 위험하다

  • 입력 1997년 9월 10일 20시 05분


65년 가정법원 창설이래 법원의 이혼사건 조정위원으로 활동해 온 60여명의 사회 각계인사들이 그동안의 조정활동과 이혼상담을 바탕으로 부부갈등의 원인과 대책을 논한 「가사조정」창간호를 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정위원들은 이혼소송 당사자들을 사전에 상담하거나 판사와 함께 화해나 조정을 유도하는 역할을 해온 만큼 이혼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30여년이 넘게 조정활동을 해온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白尙昌)소장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부부의 갈등양상을 열전과 냉전, 양성과 악성, 자학(自虐)과 타학(他虐)으로 분류했다. 백소장은 『냉전의 장기화보다 고함을 지르고 주전자를 던지는 열전이 낫다』며 냉전의 유형으로 「말 안하기」 「대문 늦게 열어주기」 「원하는 반찬 안하기」 「늦게 귀가하기」 「혼자 자기」 「성적요구 거절하기」 「월급 안가져오기」 「시댁행사 안가기」 등을 꼽았다. 악성갈등의 유형으로는 「남편이 간통을 일삼거나 성병 옮기기」 「처가 가족들이 고슴도치처럼 생겼다고 비난하기」 「아내에게 냄새난다고 짜증내기」 「아내가 남편에게 성적욕구가 약하다고 냉소하기」 「느닷없이 혼전에 사귄 남자를 만나거나 언급하기」 등을 들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조성숙(趙成淑)위원은 『여성이 청구하는 이혼소송의 대다수는 남편의 구타와 외도 때문인데 이는 한국 남성의 폭력성과 성에 대한 이중윤리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혼의 책임을 남성쪽에 돌렸다. 한편 위원들의 대부분은 이혼을 피하는 방법으로 『남녀가 「공동의 삶」을 추구하려 노력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공감대와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백소장은 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에는 「조화있는 성생활」도 필수적』이라고 부연,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최종기(崔鍾起)명예교수는 『젊은이들은 이혼에 앞서 사랑을 맹세했던 결혼 첫날을 회상하고 결혼식 주례의 간곡한 충언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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