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피가 커 마땅한 옷이 없거나 「왕발」이라서 신발 한 켤레 사는데 쩔쩔매는 사람. 외국인에게 줄 마땅한 선물을 못찾아 고민인 사람.
이들에겐 관광특구 지정을 앞둔 서울 용산구 이태원쇼핑가가 하나의 「해답」이다. 이곳엔 외국 관광객을 상대하는 가게가 많아 큰 사이즈가 많고 사계절 상품이 구비된 것.
이태원네거리에서 이태원소방소까지 8백여m 거리의 양쪽에 있는 1천5백여개의 가게들로 이뤄진 이태원쇼핑가는 한때 외국인의 쇼핑 명소로 알려졌지만 최근 내국인의 알뜰 쇼핑 마당으로 변모하고 있다. 80년대말까지 10∼20%에 불과하던 내국인 고객이 지금은 하루 유동인구 2천5백여명의 반 정도에 육박하고 있는 것. 일본인 관광객이 줄자 가게들이 한글 간판을 다는 등 내국인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힘쓴 결과다.
특히 젊은이들이 몰려와 옷을 사가면서 신세대의 유행을 퍼뜨리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PC통신에 『이태원에서 옷 대신 사드립니다』는 상인들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태원국제상가연합회 정병진부회장은 『동대문 남대문시장과 달리 상가마다 다양한 품목의 가게들이 함께 있어 쇼핑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이곳 가게들은 자체 공장에서 또는 하청을 줘 만든 제품을 팔기 때문에 값이 싸다.
옷가게는 5백여곳. 연회복으로 어울릴 스판 소재의 민소매 드레스는 시중에선 10만원이 넘지만 이곳에선 6만원대에 판다.
30여곳의 맞춤 양복점엔 단골 멋쟁이가 많다. 이들 양복점에선 15년 이상 경력의 장인(匠人)들이 옷을 만들기 때문에 품질이 좋다. 값은 25만∼30만원이며 맞춘지 이틀만에 옷이 나오고 배달도 해준다.
가방전문점은2백여군데.해외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과 똑같은 가방을 많이 볼 수 있다. 핸드백은 2만∼15만원.
80여곳의 제화점에는 2백70㎜ 이상의 큰 구두가 많고 주문 제작도 해준다. 가죽이나 에나멜 소재의 구두와 샌들을 4만∼4만5천원에 팔고 주문제작시에도 가격은 같다.
이태원의 자랑 중 하나는 민속공예점과 장식소품 가게가 많다는 것. 신라공예 보성공예 등 30여곳의 민속공예점에서는 원목이나 자개 쌍합을 2만∼7만원, 청자꽃병을 2만∼3만원, 자개 전화세트를 12만원, 「우리동네」 브랜드의 헝겊인형을 4만원에 살 수 있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연중 무휴로 오전 9시∼오후 9시 영업을 한다. 오후 5∼7시엔 외국인으로 붐비기 때문에 이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바로 부근에 지하철역이 없으므로 이태원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태원시장이나 해밀턴호텔 앞에서 내리는 것이 편하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