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얼마나 아팠니. 네 몸에 피멍이 드는 순간 이 아빠의 가슴에도 피멍이 들었단다」.
서울시내 모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두고 있는 鄭允吾(정윤오·46)씨는 30일 오전 연 사흘째 아들의 학교앞에서 「호소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집이 있는 서대문구 북아현동 가구거리에서 조그만 부엌가구점을 하고 있는 전직 초등학교 교사 출신.
정씨가 외아들 승규군(12·가명)에게서 급우들로부터 집단폭행당한 사실을 전해들은 것은 지난달 27일밤. 처음에는 「애들이 크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정씨는 아들로부터 「기막힌 학교폭력」의 실상을 전해듣곤 온몸을 떨었다.
승규군은 27일 오후 3시반경 수업을 마치고 단짝인 C군(12)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그때 3명의 낯선 아이들이 자신을 불러 C군과 함께 그들을 따라 학교근처 당구장 건물 지하에 있는 컴컴한 지하방으로 갔다.
이곳은 임대가 안돼 아직도 빈 채로 방치돼 있는 곳. 2년전부터 알고 지내던 J군(12)과 또 다른 3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J군이 승규군에게 주먹을 날렸다. 2년전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승규군이 고자질하는 바람에 어머니에게 혼이 났다며 그의 얼굴과 배를 마구 때렸다. 승규군은 나머지 3명에게서도 뭇매를 맞았다.
이들은 열부터 하나까지 숫자를 세며 다 셀 때까지 승규군이 일어서지 못하면 또 때렸으며 승규군의 단짝친구인 C군에게도 승규군을 때릴 것을 강요해 억지로 두번 주먹질을 하도록 시켰다.
30여분간 집단폭행을 당하며 울고 있는 승규군에게 J군 등은 더럽혀진 옷가지를 빨아준다며 호스로 물을 뿌리기도 했다.
다음날 오전 아버지 정씨는 학교앞에서 호소문을 들고 선 자신을 찾아온 인근 파출소직원들과 함께 당구장 지하실로 향했으나 그들은 당구장을 1백여m 남긴 지점에 이르자 『우리 관할이 아니다』며 돌아섰다.
정씨는 『아이가 통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며 『내 아들이 폭행을 당해서가 아니라 모두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호소문 시위를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측은 『폭행한 문제학생들은 선도차원에서 교육하고 피해학생과 화해를 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