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여파로 집집마다 지난 12년 사이에 가장 강도높은 내핍살림에 들어갔으나 유독 파출부 아기 돌봐주는 사람 등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가 쪼들리면서 한푼이라도 보태기 위한 여성취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올들어 3월까지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5.2%로 지난 85년 이후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늘어난 2백29만원으로 집계돼 지난 93년 10∼12월의 8.4% 증가율 이래 분기단위로는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지출은 주거비(주택수리 월세 등)가 월평균 4만4천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2.5% 줄어드는 등 옷값 교통통신비 등 상위 10대 소비지출 항목이 모두 감소하거나 증가세가 절반 가까이 둔화됐다.
그러나 과외비 등이 포함된 교육비항목은 지난해 증가율 18.9%에서 불과 3.6%포인트 감소한 15.3%를 기록,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여성 취업이 늘어나 파출부 아기 돌봐주는 사람 등에게 지불하는 가사서비스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8천7백원에서 1만2천원으로 38.5%나 늘어났다.
소비지출 내용을 들여다 보면 「덜 먹고 덜 쓰는」 추세가 뚜렷하다.
식료품비는 월평균 39만5천원으로 지난해보다 7.4% 늘었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 13.4%의 절반수준.
옷이나 신발을 사는데 드는 비용은 월평균 9만7천원으로 지난해 10만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휘발유값 인상 등으로 자동차 유지비가 크게 늘자 승용차구입을 주저, 차를 사는데 드는 돈(개인교통비)은 지난해 9만9천원에서 올해 9만6천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소비지출이 줄어드는 속도가 소득증가 속도를 앞질러 가구당 흑자액은 지난해 초 3개월 평균 49만6천원보다 10만원 가량(19.3%) 늘어난 59만2천원으로 집계됐다.
〈이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