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子제자 둔 前교사 황응기씨]『항상 찾아와 웃음꽃』

  • 입력 1997년 5월 14일 20시 34분


『32년간 지켜온 교단을 떠난 뒤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이 쓸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모자(母子)제자가 함께 찾아주니 정말 기쁩니다』 지난 2월 명예퇴임한 黃應基(황응기·59)씨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은평구 증산동 자신의 집을 찾은 초등학교 제자 曺喜男(조희남·40·여)씨와 조씨의 두아들 裵宇眞(배우진·13·초등6학년) 世眞(세진·11·초등4학년)군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황씨가 조씨를 처음 만난 것은 자신의 고향인 경기 파주시의 금신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지난 68년. 4학년부터 졸업 할 때까지 3년간 담임을 한 황씨는 성품이 착했던 조씨에게 남다른 관심과 사랑을 베풀었다. 그로부터 25년뒤인 지난 95년 조씨는 우진이의 학교를 방문했다가 옛스승을 우연히 만났고 바로 자기 아들의 담임교사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선생님은 인자하셨고 마치 우리에게 혼을 불어 넣어주시려는 것 같았어요. 모자가 그런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배웠다는 것이 신의 섭리인 것 같기도 해요』 황씨는 그동안 위암 등으로 네차례나 대수술을 받았고 조씨는 병상을 도맡아 지켰다. 동창생 20여명에게도 연락해 선생님의 퇴임식장을 함께 찾기도 했다. 황씨는 조씨의 정성에 대한 보답으로 지난달초 일산에 있는 자신의 주말농장중 3평을 선물했다. 사제(師弟)는 주말에 함께 밭을 일구고 배추 상추 등 채소를 가꾸면서 못다한 정을 나누고 있다. 〈이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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