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赤 식량회담 합의 불발後 전망]

  • 입력 1997년 5월 6일 20시 02분


4년9개월만에 재개된 북경(北京) 남북한적십자 대표접촉은 결국 최종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끝났다. 지난 3일과 5일 두차례 회담에서 북적은 무엇을 언제 얼마나 줄 것인지 등 구체적인 식량지원내용을 먼저 확정해야 인도방법 등 「각론(各論)」을 얘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북적측의 이같은 주장은 사전에 구체적인 식량지원 보장을 받지 못할 경우 남측이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적측은 국내 민간단체들로부터 구호물자를 기탁받아 전달하는 「중간자적」 입장에 있음을 설명하고 따라서 사전에 지원물량과 시기 등을 확약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북적은 지난 84년 대남 수재물자 지원사례를 거론, 사전에 이를 구체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주장했지만 우리측은 남북적의 활동체제가 엄연히 다른 상태에서 과거 사례를 일방적으로 원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번 북경접촉이 이처럼 실패로 끝난데 대해 일부에서는 북측의 예상되는 공세를 사전에 읽지 못한 우리측의 안이한 회담전략으로 인해 결국 남북적 양측의 「감정적 앙금」만 확인해준 셈이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북경접촉이 남긴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우선 남북적 대표들이 만나 상시 가동할 수 있는 남북적 채널을 마련한 점이다. 또 대북 직접지원의 절차문제와 관련, 우리측이 제시한 방안 중 △추가 운송경로 확보 △분배지역의 확대 △판문점 직통전화 재가동 등에 북측이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도 큰 성과라는 설명이다. 한편 남북적 대표접촉의 후속일정이 아직 미정인데다 「잠복변수」가 많은 상태에서 향후 대표접촉의 전망을 쉽사리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측이 먼저 이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회담을 갖자고 제의한 점을 볼 때 향후의 대표접촉이 꼭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우리측도 현재 기탁된 옥수수 1만5천t을 북측에 직접 전달하기 위한 절차협의를 곧 재개하는 동시에 북측의 반발이 심한 일부 절차사항은 문제삼지 않는 방향으로 북경접촉의 「불씨」를 살려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북경〓정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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