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박관광 실태]여권담보 빚 갈취…카지노-여행사결탁

  • 입력 1997년 4월 29일 19시 52분


말로만 떠돌던 해외 도박관광의 실체가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한국인 카지노업자와 조직폭력배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에서 생생하게 드러났다. 이번 수사결과는 경찰이 한국 관광객들이 잘 가는 필리핀내 6개의 카지노중 한 곳을 수사한 결과에 불과한 것이어서 실제 관광객들이 해외에서 도박으로 탕진하는 돈의 규모와 피해사례는 훨씬 크고 광범위 할 것으로 보인다. [수법] 카지노 업자는 현지 여행사나 폭력배를 동원, 국내에서 골프관광이나 휴양관광단을 모집한다. 한팀에 10명 정도. 현지 환전상이나 폭력배는 이들중 돈이 많은 사람을 미리 점찍어 두고 저녁에 관광을 마치고 휴식을 취할 때 슬그머니 접근, 카지노로 데려간다. 점찍어 둔 사람이 가져온 돈을 다 잃었을 때 다시 다가가 『한국에서 특정계좌로 입금하면 여기서 바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유혹해 빠져나올 수 없게 한다. 유명인사에게는 『여권을 맡기면 한번에 1천만원 이상 돈을 빌려준다』고 유인한다. 돈을 잃어 흥분한 상태인 관광객은 쉽게 꾐에 넘어가고 무한정 돈을 잃게 된다. 경찰 조사결과 한 사람이 1천만∼5억5천만원의 돈을 잃은 사실이 드러났다. [송금] 관광객이 가져온 돈을 모두 잃으면 폭력배는 일단 관광객의 여권을 담보로 잡고 한국의 친지나 회사 부하직원에게 연락해 돈을 입금토록 한다. 이때 국내 도박자금 관리책이 한국에 개설한 계좌가 사용된다. 국내 도박자금 관리책은 그들의 계좌로 돈이 입금되면 즉시 필리핀 카지노로 연락해주고 연락을 받은 폭력배는 선이자 10%를 뗀 뒤 도박자금을 건넨다. 폭력배들은 2만달러 이상의 돈을 잃은 관광객에게는 『외국에서 2만달러 이상을 쓰면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도박을 계속하지 않으면 언론에 이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을 써왔다. 국내 도박자금관리책은 시중은행계좌에 입금된 돈을 찾아 암달러상을 통해 미화로 환전, 선박이나 항공기편으로 몰래 필리핀으로 들여왔다. 도박자금 관리책은 이 과정에서 10%정도의 구전을 챙겼다. 이들은 필리핀과 한국간에 합법적인 무역거래를 터 기업체의 국제거래시 서로 상계결제하는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사례] 코미디언 황기순씨 부부는 동료 코미디언과 함께 지난 2월 오리엔탈 카지노에서 11만달러(1억원상당)를 빌려 모두 잃고 현재까지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황씨의 부인은 돈을 마련하려고 수차례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아직까지 노름빚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해 황씨는 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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