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도덕 불감증」심각…『살인행위』범죄의식 없어

  • 입력 1997년 4월 26일 20시 02분


「달리는 살인흉기」 음주운전차가 매일밤 전국을 휘젓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25일 밤8시부터 자정까지 전국 9백29곳에서 음주운전단속을 벌여 2천1백37명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9백57명의 운전면허가 취소됐고 1천1백80명은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회단체와 언론 등의 지속적인 캠페인과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하룻밤에 적발된 음주운전자만 2천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끔찍한 교통사고의 비극을 아는 우리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한다. 최근 5년간 국내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모두 67만8천3백45건으로 하루평균 3백72건. 올들어서는 이같은 수치가 크게 증가해 지난 3월말 현재 5만6천96건이 적발됐다. 하루평균 6백23건이 적발된 것으로 이는 지난해 5백52건에 비해서도 13%나 늘어난 것이다. 과거 미미했던 여성음주운전자의 수도 1%에 육박하고 있다. 음주운전자들이 경찰 단속에 면역이 생겨 이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충격을 준다. 25일의 단속결과는 지난 22일 실시된 일제단속에서 2천55명의 음주운전자가 적발된 지 불과 사흘만의 일이다. 올해 여섯차례 실시된 일제단속중 두번은 사전에 예고까지 했으나 불시에 실시한 단속에 비해 적발된 음주운전자 수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모든 단속에서 30대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경찰관계자는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붕괴될 때 가장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젊은 세대가 실제로는 가장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李敬弼(이경필)계장은 『음주운전은 단속에 걸리든 안걸리든 그 자체로 사회적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자리잡지 않는 한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그러나 교통전문가들은 식사때 술을 곁들이는 반주(飯酒)문화와 술잔을 돌리는 음주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음주운전을 근본적으로 추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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