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公 이용주씨-강산군 父子, 나란히 시집 출간

  • 입력 1997년 4월 14일 20시 12분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시집을 냈다. 서울지하철공사 승무원 李龍柱(이용주·41)씨와 경기광명시 하안북초등학교 5학년 강산(11)군. 아버지는 14년간 지하철 2호선에서 땀 흘리며 느낀 단상을 시집 「레일을 타고」로 표현했고 아들은 동심의 순수한 세계를 동시집 「풍선의 여행」에 담았다. 『가난 때문에 문학소년의 꿈을 접었지만 창작에 대한 동경을 떨치지는 못했지요. 부족한 솜씨나마 시심을 주위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이용주씨) 『아버지께서 바쁘신 중에도 틈틈이 글쓰시는 모습을 보고 본받으려 애썼어요. 책읽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이강산군) 이씨는 동료직원 사이에 「작가 선생」으로 소문난 인물. 평소 산행을 즐기는 그는 지난해 수필집 「산과 시 그리고 인생」을 펴내기도 했다. 이씨는 『근무중 펜을 잡는 것은 승객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주로 쉬는 날 등산길에 시상을 떠올렸다』고 소개했다. 「가도가도 평행선/종점없는/여행을 떠나/숨가삐 달려온 세월…레일바퀴에 묻힌/내 청춘을/되돌릴 순 없어도/고동소리, /그 요란함만은/가슴을/울리고도 남으리」(「레일을 타고 1」) 그는 『바깥 일을 핑계로 가족에게 소홀했던 미안함을 달래려 했다』며 『강산이에게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시인이 된 아버지와 아들은 『우리는 마음도 부자』라며 활짝 웃었다. 〈박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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