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남」이 뜬다…형제 서열따라 성격형성 큰 차이

  • 입력 1997년 4월 4일 08시 43분


맞벌이 주부 이미란씨(34·서울 은평구 신사동)는 둘째아이(4)가 형(6)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것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어머니도 장남제일주의이다보니 똑같이 잘못을 하더라도 차남을 야단치곤 한다. 그래서 둘째의 소망은 「형이 되고 싶다」는 것. 형이 되면 항상 새옷을 입을 수 있고 장난감도 많이 가질 수 있으며 동생을 때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큰 것, 힘센 것에 대한 애착이 커질 수밖에. 그러나 둘째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형만한 아우가 많은」 시대라는 것이다. 국내 기업에서도 집안의 대들보였던장남 대신둘째가 경영권을 이어 받는 경우가늘고 있다. 얼마전롯데그룹 부회장으로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선신동빈씨, 한라그룹 총수로 취임한정몽원 회장도 차남이다.온나라를 벌컥 뒤집어 놓고 있는김현철씨도 차남이다. 사실 첫째는 권위주의적이고 보수적인 반면 둘째는 혁신적이고 모험가적인 기질을 갖고 있다. 바로 둘째의 이러한 기질이 인생을 개척해나가는데 도움이 되고 독창적이고 진취적인 아이디어가 우대받는 현대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 미국 MIT대 프랭크 설러웨이 연구원은 최근 펴낸 「반항아로 태어나다」라는 저서에서 둘째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첫째가 도덕성과 책임감은 월등하지만 모험심 추진력 타협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 실제로 형제간 서열이 개인의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지적. 자녀가 하나나 둘인 가정이 보통인 요즘 첫째아이를 「진취적인 형으로」, 둘째아이를 「형만한 아우로」 키우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첫째에게는 결단력을 길러주고 둘째에게는 인내심을 길러주라고 조언한다. 성신여대 심리건강연구소소장인 김성규교수는 『첫째아이는 동생을 보살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조숙해지기도 하나 지나치게 소심하거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또 부모의 관심을 많이 받다보니 자신의 일도 부모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려 하는 마마보이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형에게 부모 다음의 권한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자신이 결정하도록 하며 주위의 모범사례에서 배우도록 한다. 둘째는 창의적이지만 자칫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면을 보이기도 한다. 처음 잘못했을 경우 접어두었다가 다음에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야단을 치면 아이가 혼란을 일으켜 충동적 성격이 고쳐지지 않는다. 따라서 대화를 통해 항상 문제를 일관성있고 참을성있게 다루도록 가르친다. 김교수는 『둘째는 형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부모의 무관심에 상처를 받는다』며 『심한 경우 「자신은 귀찮은 존재」라는 자기부정으로까지 확대되므로 둘째에게도 첫째 못지 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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