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주가들 한국曲 담은 음반 잇따라 선보여

  • 입력 1997년 3월 26일 08시 25분


[유윤종기자] 길 샤함의 바이올린으로 홍난파의 「사랑」을 듣는다. 첼리스트 마이스키가 연주하는 김연준곡 「청산에 살리라」, 바이올리니스트 벤게로프가 들려주는 노사연의 「만남」도 들어볼 수 있다. 최근 국내 클래식 음반시장 규모가 팽창하면서 한국음악가의 작품을 수록한 해외 유명연주가들의 독집음반이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른바 「로컬 편집음반」.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배포지역의 특색에 맞춰 「서비스」트랙을 한두곡씩 넣어둔다는 판매전략이다. 우리나라에서 로컬음반의 효시는 93년 발매된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의 독집음반.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수록된 이 음반은 이 노래의 인기에 힘입어 3만장을 웃도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 음반 이후 수많은 연주자들이 한국시장을 노린 트랙을 음반에 실었다. 가장 인기를 누린 곡은 홍난파의 「사랑」으로 제임스 골웨이,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등이 음반을 발매했으며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도 이 곡을 녹음할 예정이다. 한국BMG뮤직의 음반매니저 이문경대리는 『독집에 국내용 트랙을 포함시킬 경우 보통 두배이상의 판매고를 예상하게 된다』며 『특히 홍보측면에서 쉽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음악애호가들은 『한국음악을 외국의 명연주가가 연주한다고 해서 모두 만족할만한 연주를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외국연주가들이 악보 이면에 숨겨진 한국적 정서를 완벽하게 읽어내기란 힘들기 때문.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던 골웨이의 「아침이슬」은 편곡의 미흡함 때문에 원작에 숨겨진 저항성 등 고유의 정서를 상실한채 달콤한 소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킹즈 싱어즈가 부른 「마법의 성」은 이 중창단이 가진 화성교차의 묘미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중론. 중국의 소프라노 잉황이 부른 「만남」이나 첼리스트 토마스 베르너 미푸네가 연주한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의 경우 연주의 질을 떠나 음반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과 일관된 분위기를 이루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지적된다. 이에 비해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연주의 김연준곡 「청산에 살리라」, 클라리네티스트 리처드 스톨츠맨이 유재하의 노래를 연주한 「사랑하기 때문에」는 편곡과 연주에 있어서 한국적 정서를 잘 살린 명연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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