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방인」등 2편 해외합작 의욕적 도전

  • 입력 1997년 3월 20일 08시 59분


[박원재 기자] 유럽에 진출한 태권도 사범의 삶을 다루는 한국―폴란드 합작영화 「이방인」(문승욱 감독)이 4월초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크랭크인된다. 이 영화 주인공 안성기는 40여일간의 촬영일정에 맞춰 지난 18일 출국했다. 제작비 50만달러(4억4천만원)는 한국의 시네2000(대표 유인택)과 폴란드 미하일 시제르비츠 영화사가 절반씩 부담할 예정. 감독과 남자주연을 제외한 스태프 전원이 폴란드인으로 짜여 있다. 「이방인」의 제작시스템은 한국영화의 해외시장 개척 차원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이 많다. 공동 투자방식을 채택, 위험부담을 줄이는 한편 해당국의 선진 제작기술과 국제배급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유대표는 『유럽의 경우 영화 마켓이 사실상 단일화된 상태여서 국가간 영화 교류가 활발하다』며 『작품성만 뒷받침되면 폴란드 파트너를 통해 유리한 조건으로 유럽 각국에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사는 박중훈 주연의 코미디 「현상수배」도 호주 올로케이션으로 제작, 이달초 촬영을 마쳤다. 6월초 개봉예정인 「현상수배」 역시 감독과 남자배우만 한국인이고 스태프와 나머지 출연자는 오디션을 거쳐 현지인으로 구성했다. 영화 한편 제작에 20억여원을 써야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촬영무대를 국내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게 제작진의 설명. 「이방인」과 「현상수배」의 국제화 시도는 의욕적으로 해외 로케이션을 시도한 몇몇 한국영화가 참담한 실패를 맛본 뒤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지난 1, 2월 개봉된 「인샬라」(모로코)와 「용병이반」(러시아)은 사전기획 부족 및 현지 스태프와의 의사소통 한계 등으로 인해 해외 촬영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관객에게 외면당했다. 잇단 시행착오로 움츠러든 충무로의 국제화 마인드가 과연 되살아날 수 있을까. 영화계는 졸지에 해외진출 「막차를 탄」 두 영화의 진척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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