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기자] 지난 77년 우주탐색선 보이저호가 외계를 향해 발사됐다. 태양계 궤도를 벗어나 미지의 공간으로 항해를 계속하게 될 보이저호는 다른 문명계에 발견될 경우를 대비해 인류문화의 수많은 소개정보를 담고 있었다. 이 보이저호에는 오디오 플레이어도 실려있었다.
보이저호에 실린 음반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베토벤의 현악4중주 13번이었다. 연주는 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 인류가 외계인에게 소개할 음향의 끝 트랙으로는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신 인간 자연에 대한 베토벤 만년의 끊임없는 성찰이 53세때부터 작곡한 그의 후기 현악4중주(12∼16번)에 담겨있으며 부다페스트 4중주단의 연주야말로 악보를 깊이 읽은 엄정한 해석을 나타내 이 곡의 가장 정통적인 연주로 일컬어졌기 때문이다.
이 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이 연주한 베토벤의 후기4중주곡 새전집이 브리지사를 통해 소개됐다. 녹음의 원전은 25년부터 매주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열린 「의회도서관 공연(동아일보 96년 9월5일자 보도)」으로 41년부터 60년까지 사이에 녹음이 이루어졌다.
전곡이 모노녹음이며 작품간 음질의 편차도 크지만 새로 선보인 부다페스트4중주단의 연주는 기존의 녹음스튜디오 연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현장감과 열기를 전해준다.
12번의 맹렬할 정도로 빠른 템포 및 「대 푸가」에서 느껴지는 다이내믹한 열정의 분출은 다른 4중주단의 연주는 물론 이 4중주단의 다른 녹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긴장과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현악4중주 13번에서만 알렉산더 슈나이더 대신 에드가 오르텐버그가 제2바이올린을 맡은 것도 귀기울여 들어볼 만한 대목. 오르텐버그가 참여했을때 이 4중주단은 개성을 다소 억누른 대신 「근대적」해석에 더욱 가까운 연주를 펼쳤다고 알려져 있다.
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은 38년부터 62년까지 미 의회도서관 전속 실내악단으로 활동했으며 69년 활동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