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작가 베르베르 최신작에 한국인주인공 등장

  • 입력 1997년 3월 4일 08시 56분


[권기태 기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의 젊은 독자들에게 문호 발자크나 졸라만큼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 프랑스에서 60만부 가량 발간된 그의 대표적 연작장편 「개미」가 한국에서는 8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모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셈. 이 때문인듯 한국에 대해 큰 호감을 가지고 있는 베르베르가 최근작 「개미 혁명」에서 「개미」의 한국어판 출판사 대표인 홍지웅씨를 등장시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미 혁명」은 개미 연작의 완결편으로 지난해 5월 프랑스 알뱅 미셸 출판사에서 발간된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프랑스 출판계는 여름 바캉스철을 앞둔 5, 6월에 대중소설들을 일제히 발간하는데 「개미 혁명」은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전날의 섬」, 영국 작가 니콜라스 에반스의 「말에게 속삭이는 사람」 등과 맞붙어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을 받았다. 베르베르는 「개미 혁명」에서 홍지웅씨를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한국계 프랑스인 「지웅」으로 등장시켰다. 고등학생인 지웅은 록그룹 「일곱 난쟁이와 백설공주」의 리더로 드럼을 맡고 있다. 서울과 파리에서 홍씨와 남다른 우의를 나눴던 베르베르는 「지웅」에 대해 『미남형이며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워 벗들을 잘 아우르지만 부당한 것을 보면 가끔 욱하는 성격이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파리 현지에서 「개미 혁명」을 번역하고 있는 이세욱씨는 『홍씨의 실제 면모와 많이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서 지웅은 「모두가 자유롭게 살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유토피아」를 지향하며 이같은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공연하기도 한다. 실제 이같은 이상적 실험 공동체를 만들면서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전세계에 보내기도 한다. 지웅은 『개미처럼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바꿔가자』는 생각으로 자신의 록그룹 이름을 「개미」라고 바꾸기도 한다. 소설의 다른 한 축에는 이전의 개미 연작에 나온 주인공 일개미 「103683호」가 등장, 그간 적대시해온 「손가락(사람)」들과의 화해를 도모한다. 베르베르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소설 이곳저곳에서 드러난다. 서울의 소년들이 지웅의 인터넷 메시지에 화답하는가 하면 대화 곳곳에백제의고분이나국악에 대한언급, 비유등이나온다. 베르베르의 한국에 대한 호감에는 한국에서의 높은 판매고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다. 개미 연작은 프랑스 문단에서 『대중성에만 치중했다』는 이유로 홀대받았지만 한국에서의 대성공으로 프랑스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개미 혁명」 발간 이후에는 국영 「F2」 방송의 대표적 고급문화 프로그램인 「문화의 온상」에서 베르베르를 초청, 『어휘의 현란함과 상상력이 출중해 한국에서 큰 호응을 얻은 작가』라고 격찬했다. 홍지웅씨는 「개미 혁명」에 등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무척 겸연쩍었다』며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만났을 때 즐거운 화제의 하나로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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