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신장기증으로 고교생 재생의 길 찾아

  • 입력 1997년 2월 28일 17시 44분


만성 신부전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던 어린 생명이 스님의 자비어린 신장기증으로 새 삶을 얻게 돼 주위의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신장이식외과. 무사히 수술을 마친 임원규군(16.보성고 1년)은 지난 세월의 악몽을 훌훌 털어버리고 간만에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때 발병한 신장이상으로 3년동안 일주일에 한두차례씩 4시간씩이나 꼬박꼬박 투석을 해야하는 수고로움을 이제 더이상 엄마에게 끼치지 않아도 된다는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면서 자신에게 선뜻 신체의 일부를 떼준 능호스님(35·부천 연흥사)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능호스님이 생면부지의 아이에게 피붙이도 하기 힘든 신장을 내놓기로 결심하게된데는 거창한 이유가 따로 없다. 『지난 81년 잠시 머리도 식힐겸해서 「세속의 공부」를 위해 서울 신촌의 봉원사에 들어갔다가 『너는 머리깎고 절에 머무는게 낫겠다』는 노스님의 말씀에 따라 그만 한성석이라는 본명을 버리고 평생 수행자의 길을 걷게 됐어요.』 이렇게 출가하게 된 동기만큼이나 그는 아주 단순하게 『몸이 튼튼한 사람이라면 아픈 사람을 도와야 되는 게 아니냐』며 장기기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언론매체를 통해 알게 된 장기기증운동본부인 생명나눔실천회(☎734-8050)에 벌써 1년여전부터 장기기증의사를 밝히고 자신의 몸을 필요로하는 중생이면 누구든지 기꺼이 주기로 한 것. 사실 수술에 들어가서야 임군을 처음 보았을 만큼 그는 수혜자가 부담을 갖지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비록 몸은 수술뒤의 후유증으로 아직 뒤틀리고 당기며 아프지만 마음만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그는 중생의 고통을 못본 채 수행하는 것은 바른 길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으로 하루빨리 퇴원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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