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기자] 택시기사 장덕배(최민식 분)는 언제나 「택시 드라이버」를 「택시 드리벌」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말마따나 「가방끈이 짧은 탓」이다.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택시 드리벌」은 장덕배의 택시 안을 무대로 도시생활의 날카로운 단면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노총각인 장덕배는 끊임없이 「내 인생의 낭만회복」을 꿈꾼다. 헤어진 옛 애인을 다시 만나는 꿈, 택시 속에 놓고 내린 핸드백의 주인과 사랑에 빠지는 환상을 갖지만 현실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술에 취해 택시를 탄 샐러리맨은 『상사를 죽이겠다』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실향민 노인은 『평양으로 가자』고 우긴다. 여기에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를 한탄하는 손님,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손님 등이 택시 안을 짜증과 억압의 공간으로 만든다.
장덕배 역의 최민식은 90년 「에쿠스」 이후 7년만의 연극출연이다. SBS TV드라마 「아빠는 시장님」에서도 택시기사로 출연중인 그는 「택시기사 전문배우」로 자리잡은 셈.
장덕배의 분신으로 등장해 치열한 심리갈등을 표현하는 엄정화는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진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다』며 연극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인촌 윤주상 권성덕 이용이씨 등 23명의 배우가 소극장 무대를 가득 채운다.
장진 작 연출, 유인촌 레퍼토리 제작. 3월18일까지 월∼목 오후7시반, 금∼일 오후4시반. 02―3444―0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