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비교 코너]아르페지오네 소나타

  • 입력 1997년 2월 5일 20시 13분


[유윤종 기자] 네덜란드의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간판곡으로 새 앨범을 내놓았다. 이 작품은 비스펠베이가 작년 11월 내한연주회에서 연주했던 곡. 1월 31일 슈베르트 탄생 2백주년에 맞춰 우리나라에 선을 보인 이 음반은 작년말 출반된 미샤 마이스키의 음반과 여러가지로 대조를 이룬다. 마이스키는 「무언가(無言歌)」라는 앨범제목에 걸맞게 「노래」를 강조한 낭만주의적 접근을 보인 반면 비스펠베이는 슈베르트 생시의 연주형태를 중시해 담백하고 은은한 표정을 나타내고 있다. 마이스키의 앨범제목이 「무언가」로 붙여진 것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외에도 「세레나데」 등 슈베르트의 가곡 14곡이 첼로연주로 들어있기 때문. 가곡을 첼로로 연주했으니 말이 없는 가곡,즉 「무언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제목은 연주가 나타내는 인상을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았다는 첼로를 통해 마이스키는 나지막한 첼로의 「노래」를 들려준다. 마이스키의 「아르페지오네」는 시종일관 멜로디와 흐름을 중요시한다. 다소 빠른 템포로 유창하게 달려나가는 그의 연주는 귀에 아늑하게 달라붙는다. 첼로가 가진 낮은 음역을 툭툭 불거지게 포장해 산뜻한 맛을 강조하기도 하는 세련미가 마이스키 연주의 특징. 반면 비스펠베이는 악기의 자연질감을 순수하게 재현해내는데 연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철현 대신 옛날식으로 동물창자를 꼬아 만든 현을 첼로에 걸었으며 피아노는 현이 짧아 오늘날의 「유치원 피아노」같은 소리를 내는 포르테피아노다. 마이스키처럼 표정의 전환을 크고 빠르게 만든 연주는 이런 악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비스펠베이의 연주에는 비브라토(소리의 떨림)도 최대한 절제되어 있다. 이런 제한속에서 비스펠베이가 가진 무기는 각각의 음이 내는 표정의 변화다. 시작부터 밀어내듯 점점 커지는 음표와 커졌다가 점점 사그라지는 음표 등 각 음표는 자기만의 강약변화를 갖고 있다. 「유창함」과 「달변」 대신에 조금씩 잔잔한 이야기가 우러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연주에 과감함이 없다고 생각하면 잘못. 특히 악센트를 강하게 표현하는 3악장의 유머러스한 표정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음반사인 채널 클래식스의 녹음은 언제나처럼 오후의 볕이 따스하게 비치는 듯한 잔잔한 표정으로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