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산다/고부마찰]『참견 마세요』『늙어 봐라』

  • 입력 1997년 1월 7일 17시 37분


「高美錫 기자」 「시댁의 시자 붙은 말은 다 싫다. 시금치조차 보기 싫다」. 젊은 주부들이 우스갯소리로 주고 받는 얘기다. 「시집살이」로 상징되는 시댁과의 갈등은 역사가 오래됐지만 요즘엔 자기 편한대로 사는 며느리의 눈치를 봐야하는 「며느리 살이」도 낯설지 않다. 시대는 변해도 고부갈등은 아직도 풀리지않는 숙제. 해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베스트셀러 「고부일기」의 저자 김민희씨는 이런 말을 들려준다. 『남편은 선택할 수 있지만 시어머니는 그럴수 없다. 나보다 힘든 세월을 살아오신 인생선배로 대하면 편해진다』고. 또 김씨의 시어머니 천정순씨는 『며느리는 우리집에 들어온 내 자식이니까 내가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마음편하게 살아야한다』고 얘기한다. 남편역할도 중요하다. 가정법률상담소 양정자부소장은 『고부간 사소한 문제나 다툼이 생길 경우 남편은 일단 아내와 같은 편에서 문제를 해결한 뒤 나중에 어머니한테 따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한다』고 말했다. 물론 아들은 평소 어머니에 대해 극진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부부는 한팀」이라는 믿음이 생겨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 과거와 달리 결혼후에도 친정과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어머니와 딸사이에도 껄끄러운 관계가 생긴다. 핏줄을 나눈 사이라서 편하게 생각하고 함부로 대해서다. 경제력이 없어 함께 살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외동딸로 자란 맞벌이주부 이모씨(34·서울문정동)는 일찍이 홀로 된 친정어머니(62)와 함께 산다. 주변에서 『엄마가 아이도 길러주고 살림도 해주니 너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 속이 상한다. 육아에서 장보기까지 사사건건 간섭받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서다. 모녀사이 갈등을 다룬 에세이집 「엄마, 여자로 살기 왜 이렇게 힘들어」를 펴낸 차명옥씨는 이렇게 제안했다. 『어머니는 자식이 언제까지나 어리게만 보여 가르치려하고 딸은 자라는 동안 싫도록 들었던 잔소리와 간섭이 다시 시작되는 것같아 참을 수가 없죠. 친정엄마에게 살림과 육아 등 도움을 청할 경우 「부림받는다」는 느낌이 없도록 모든 일을 의논하고 어머니는 눈에 안차도 자식을 어른으로 받아들이는데서 타협점을 찾아야합니다』 노인의 전화 서혜경이사는 『생활양식이 바뀐 탓인지 요즘엔 고부문제못지않게 모녀, 사위와 장모 문제가 부각되는 등 세대간 갈등이 심각하다』며 『어떤 경우든 상대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는 어른을 대할때 미래의 자신을 투영해보면서 마음을 헤아리고, 노인도 아랫사람에게 섭섭한 감정을 쌓지말고 그때그때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 입장바꿔 생각하기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해결의 열쇠인 셈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