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고르기]「은비까비…」-민담소재 구수한 정서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7분


어린이들은 추상적인 문자보다 사람이나 물건을 직접 보고 먼저 외부세계를 알게 된다. 어린이들에게 자기 나라 사람들의 고유한 특성을 가르쳐주는 데도 문자보다 영상이 적합하다. KBS영상사업단이 TV에 방영된 것을 묶어 내놓은 「은비까비 옛날옛적에」는 어린이들에게 한국인이 어떤 민족인지 느끼게 하는데 좋은 비디오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어릴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들은 도깨비 이야기가 녹아 있다. 외국의 도깨비가 무섭고 악한 악마로 그려진다면 우리의 도깨비는 좀 어리석고 때로는 실수도 해서 인간적인 냄새가 풍긴다. 이 비디오에 등장하는 여자 꼬마도깨비 은비와 남자 꼬마도깨비 까비가 착하게 그려지는 것도 이러한 한국적 도깨비상에서 유래한다. 아이들에겐 좋고 나쁘다는 식의 생각을 넘어서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데 우리의 도깨비 얘기는 이런 점을 충족시켜 준다. 이 만화영화는 전설이나 구전으로 전해오는 민담 등을 소재로 사용해서 캐릭터 뿐만이 아니라 내용으로도 우리 정서에 와닿는 부분이 많다. 이야기는 두 꼬마도깨비들이 인간 세상을 구경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어린이는 비디오를 보면서 자기 또래 도깨비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사건을 관찰하고 분석하게 된다. 이야기의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붙이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보기에 적합하다. 정 근 원 〈미래영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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