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金昶熙특파원」 지난해 독일 제국의사당을 포장하는 세기의 이벤트로 관심을 모았던 설치미술가 크리스토 부부가 또다시 미국 로키산맥 인근의 한 강물을 포장하는 대형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지미술」 또는 「포장미술」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해 온 크리스토(61)와 잔 클로드(61)부부가 구상중인 이 작품의 제목은 「강물 위에, 서부미국을 위한 프로젝트」.
덴버시 인근의 아칸소강 또는 산타페 근처의 리오 그란데 가운데 한곳(6.5∼9.5㎞)을 선택, 여기에 강을 가로지르는 밧줄을 수m 간격으로 묶고 그 위에 다시 강물과 일정간격을 유지하며 투명한 천을 올려놓는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다. 천의 색상과 소재 등은 아직 미정.
오는 99년 실행을 목표로 위치선정 등 실무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며 이번 달에도 크리스토와 실무팀은 2주간에 걸친 답사여행 사진촬영 기본스케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 작업에 드는 비용은 지난번 제국의사당 포장 때와 마찬가지로 스케치와 도록(圖錄)판매 등을 통해 자비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늘 『대지는 나의 캔버스』라고 주장해 온 크리스토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영원불멸을 추구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경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연에 일정한 구조물을 씌워놓았다가 이를 벗겨내는 것으로 그의 작품은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그의 작품 자체는 판매가 불가능하고 어떤 특정한 도덕이나 목적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무의미한 구조물들이 만들어내는 감각적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인간」의 모습이 그의 작품의 설치부터 해체에 이르는 전과정을 통해 대비되는 것이다.
다분히 종교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는 이 작품은 지난 85년 파리의 퐁네프 다리를 포장하던 무렵 『다리가 아니라 아예 강 자체를 「감싸는 일」이 강물의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한 것이 단서였다.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에 도전해 온 크리스토 부부는 이번에도 「일회성」과 「감춤과 드러냄의 변증법」이라는 기본범주에 충실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작업대상을 선택, 신선한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