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光杓기자」 한국사회학은 탈냉전 정보화 등 급격한 시대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서구이론의 세례에서 벗어나 어떻게 토착화할 수 있는가.
한국사회과학연구협의회(회장 임희섭 고려대교수) 주최로 지난달 29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 「사회과학의 새로운 지평」에서는 한국사회과학의 오늘을 진단하고 21세기의 방향에 대해 진지한 모색이 이뤄졌다. 동아일보 후원.
이날 참가학자들은 정보문화 대중문화 등을 적극 수용하고 한국사회에 적용가능한 사회과학을 정립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전경수 서울대교수(인류학)는 「에로스 인류학과 인류학 토착화」에서 『가족 구성의 기초가 되는 에로스는 그동안 인류학의 금기였다』고 지적하고 『그렇기 때문에 에로스는 미래의 인류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발표한 문기상 성신여대교수는 기존 역사학과 달리 일상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 최근의 「신(新)사학」을 소개했다. 신사학은 문헌 편중에서 벗어나 인간에 관계되는 모든 것을 사료(史料)로 채택, 민중의 생활상, 노동자 문화, 여성사 등도 연구 대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문교수는 그러나 이같은 다양한 관점을 유지하고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면서도 역사의 객관성을 훼손하지 않고 과학적 학문연구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검토를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김문조 고려대교수(사회학)는 「한국사회학의 위기」에서 한국사회학의 획일성 편협성 고립성 등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동안 한국사회학은 편가르기에 집착, 다양한 시각을 허용하지 않고 지적유일주의에 매달려왔으며 새로운 학문사조를 유행처럼 받아들이는데 급급해 실천부족, 습관적 교육방식, 폐쇄적 인력운용 등의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