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악천후 속에 활주로를 이탈한 대한항공 여객기. (트위터 캡처)2022.10.24/뉴스1
23일 밤 필리핀 세부 공항에 비상 착륙한 대한항공 여객기 승객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승객과 승무원 173명을 태운 대한항공 KE631편이 인천에서 출발해 필리핀 세부 막탄 공항에 도착한 건 밤 11시경이다.
하치만 악천후 속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착륙 시도는 실패했고 세 번 만에 비상착륙 했지만 활주로를 이탈해 수풀에 가까스로 멈췄다.
승객들은 착륙 시도 당시 비행기 흔들림이 심상치 않았다고 증언했다.
한 탑승객은 “기장이 방송으로 ‘기상이 너무 안 좋아서 안전을 위해 고어라운드(착륙시도 후 다시 상승)한다 했다”고 떠올렸다.
또 다른 승객은 “(두번째 시도에서)활주로에 닿는데 ‘쾅’ 소리가 났다. 소리가 너무 컸다”고 했다.
두 번의 착륙에 실패한 여객기는 이후 상공을 30분가량 맴돌다 비상 착륙을 결정했다.
당시 승무원들이 “머리 숙여”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에 진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탑승객은 설명했다.
또 “조명 같은 것도 영화처럼 깜빡깜빡 거리고, 뒤에 있는 승객분은 막 우시고…비상착륙한다는 거 듣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활주로를 이탈해 수풀에 멈춰선 여객기에서 승객들은 비상 탈출 장치를 이용해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약 1시간가량 승객들은 극도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대한항공 측은 기상 악화로 비상 착륙을 시도했다며, 탑승객과 가족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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