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국민연금 이사장 사퇴 이후… 기금운용본부 독립 공방 가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9일 03시 00분


“연금 고갈시점 늦추려면 독립 필수” vs “수익률 치중하면 안전성 놓칠수도”

《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물러난 과정은 단순한 인사파동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50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 방식에 대한 정부와 공단의 시각차가 극명히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현 정부의 기조와 국민 노후자산은 안전성 위주로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체계 개편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을 분석해봤다.》


▼ 투자전문성 부족해 수익률 낮아… 금융시장 변화에 신속대응 필요 ▼

찬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 독립론의 근원에는 ‘2060년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보다 수익률을 높여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는 기금투자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공사 독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금공사 독립 찬성론자들은 국민연금의 기금 투자가 채권 위주의 안전자산 위주라 수익률이 낮다고 본다. 실제로 국민연금 기금의 최근 5년(2009∼2013년) 평균 수익률은 6.9%로 캐나다(CPPIB·11.9%), 미국(CalPERS·13.1%), 네덜란드(ABP·11.2), 노르웨이(GPF·12%) 등 세계 주요 연기금보다 낮다.

수익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현 체제의 전문성 부족 탓이라는 게 독립론자들의 주장이다. 기금 운용의 실무 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해 시장 흐름에 맞는 신속한 투자 다변화가 어렵다는 것. 특히 기금 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가입자, 사용자, 정부의 대표로 구성돼 금융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기금 운용 체계는 기금이 50조 원도 되지 않던 1990년대 말에 구축됐다. 최근 기금운용본부가 운용 인력을 대폭 늘렸지만, 기금 규모에 걸맞은 세계적 수준의 투자 전문가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보험금융학과 교수는 “현재의 기금 운용 조직은 금융 전문 조직이라기보다는 가입자 관리 중심이어서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론자들은 기금운용본부를 투자 전문가 조직으로 독립시켜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비율을 높이면 수익률이 연평균 1%포인트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금운용본부가 독립하면 국민 노후 자산이 투기 자본처럼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분리론자들은 오해라고 반박한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금운용본부가 독립됐다고 해서 실무 펀드매니저가 마음대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국민연금 재정 목표에 전체 기금 중 얼마를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인지 한도를 설정하면 지나친 수익률 추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미래세대까지 책임져야할 자금… 현재 기금수익률 결코 낮지 않아 ▼

반대

“국민연금 기금은 국민이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서 조성한 돈이다. 펀드나 일반 시장 자금과는 다르다.”

국민연금 기금공사 분리 독립을 반대하는 학자들은 기금은 공공재 성격을 띤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연금 수급자뿐 아니라 미래의 수급자에게 모두 지급해야 할 책임준비금이기 때문이다. 기금이 국민연금 가입자와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금융 전문가 조직에 의해 운영될 경우, 지나친 수익 추구로 안전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것.

현 기금 운용 수익률이 낮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독립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채권 등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세계 경제위기 등 대외 리스크 상황에서 오히려 강했다. 수익 지향형인 캐나다와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각각 ―14.5%, ―27.8% 등 큰 손실을 봤다. 당시 ―0.2%에 그쳤던 우리 국민연금과 대비된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장기 수익률은 우리 국민연금(6.3%)이 캐나다(5.2%), 미국(5.45%)보다 높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공적연금인 OASDI(Old-Age·Survivors and Disability Insurance)는 사회보장신탁기금을 채권에만 투자하고 있다. 현재 세계 1위의 기금을 자랑하는 일본의 연금적립금 운용법인인 GPIF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금공사가 독립하면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독립 반대론자들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김우창 KAIST 교수에 따르면 향후 40년간 추가 위험 없이 연평균 1%포인트 이상 초과 수익을 달성할 확률은 약 5.7%에 불과하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듯’ 아무리 뛰어난 투자 전문가도 언젠가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간 위주로 운영되는 해외 투자 전문 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의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은 8.9%로 현 국민연금(8.8%)과 비슷하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익률이 높아졌을 때의 효용보다 수익률이 떨어졌을 때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자칫 지난 국민연금 대란 때처럼 가입자 대량 탈퇴로 인한 제도 신뢰가 무너지는,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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