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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26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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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비룡소)로 1984년 안데르센상을 받은 슈타이너와 뮐러 콤비의 작품이다. 기계 문명과 안락한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심오한 주제를 그림동화 형식으로 풀어내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는 이들의 작품답게 이 그림동화 역시 기계적이고 편안한 삶속에 자연의 삶을 잃어가고 있는 도시 사람들의 모습을 갈색 토끼와 회색 토끼 두 동물에 빗대어 풍자하고 있다.
어느날, 덩치가 조그마한 갈색 토끼는 큰 상자에 담겨 토끼 공장에 들어오게 된다. 토끼 공장은 수백마리의 토끼들이 비좁은 철창 속에 갇혀 사육되고 있는 ‘토끼들의 섬’. 철창 속에서 토끼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먹고 자면서 살찌우는 게 전부다. 갈색 토끼는 그 곳에서 살이 찔 대로 찐 회색 토끼를 만난다. 친구가 된 둘은 함께 공장 밖으로 도망쳐 나온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창문도 없는 공장 안에서만 지낸 회색 토끼에게 공장 밖 세상은 낯설고 무서운 곳이다. 회색 토끼는 햇빛과 달빛, 비와 구름, 꽃과 풀냄새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사냥꾼에 쫓기고 자동차에 맞닥뜨린 후 시무룩한 얼굴로 갈색 토끼에게 “차라리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산과 들에 둘러싸여 있는 잿빛 공장과 금방이라도 책 바깥으로 튀어나올 듯한 토끼의 사실적인 그림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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