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통신 시장 구조조정의 핵으로 떠오른 두 회사는 최근 합병 협상을 재개한 데 이어 파워콤 민영화 입찰에도 공동보조를 취하고 나서 조기 합병의 가능성을 높였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은 그동안 합병법인의 주도권을 놓고 대립해왔으나 통합이 지체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라 실무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는 합병 원칙을 확인한 양해각서(MOU)도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소프트방크는 이달 들어 두루넷의 최대주주로 떠올라 합병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합병 발걸음 빨라진다〓신윤식(申允植) 하나로통신 사장은 “조만간 합병비율을 확정해 통합작업을 마무리짓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소프트방크가 두루넷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것과 관련해 협상창구를 일원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방크는 이달 들어 두루넷에 투자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7000만달러를 주식으로 바꿔 삼보그룹(20.4%)을 제치고 두루넷의 최대주주(34%)가 됐다.
두루넷도 지분 변화에 관계없이 합병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 두루넷 관계자는 “외부실사기관 선정 등 합병비율 산정을 위한 절차만 합의되면 합병 작업이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체질 개선 노력도 한창〓성공적인 합병을 위한 두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두루넷은 소프트방크의 BW 전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370%대로 낮췄다. 비핵심 분야 자산을 팔고 부채상환 시기를 늦추는 한편 상반기중 5000억원의 외자도 유치할 계획.
하나로통신은 올해 7000억원의 외부 자금을 조달해 원리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이 회사 두원수 홍보이사는 “올들어 이미 3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남은 문제와 합병의 효과〓합병에 따르는 최대 걸림돌은 합병법인의 주도권과 직결되는 합병비율 산정.
경영체제와 관련해 두루넷은 삼보그룹과 소프트방크의 경영권 보장을 희망하는 반면 하나로통신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회사의 부실한 재무구조가 합병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합병 효과에 대해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두 회사가 합치면 경영 효율이 좋아져 자생력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경쟁구도를 KT와 하나로-두루넷 간의 2강 체제로 바꿔 유선통신 분야의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는 합병법인이 파워콤 인수에 성공할 경우 KT와 SK텔레콤에 버금가는 강력한 제3 통신사업자의 탄생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