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3곳 與 완패]내년 양대선거까지 파장 예상

  • 입력 2001년 10월 26일 01시 22분


25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열린 3개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전승(全勝)은 단순히 의석을 추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나라당이 확실한 힘의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당장 여야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여야가 모두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기고 전력투구했던 이번 선거인 만큼 그 결과는 내년 양대 선거까지 긴 파장을 드리울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제3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비롯한 야권 외곽의 여러 가지 정국 구도 변화 모색은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다.

▽한나라당 의석 변화〓한나라당의 의석은 원내 과반 의석에 1석 부족한 136석. 지난주까지만 해도 131석이었으나 김용환(金龍煥) 강창희(姜昌熙) 의원의 입당에다 이번 재·보선 완승으로 1주일만에 5석이 늘어났다.

관심은 한나라당이 의원 1명을 추가 영입해 과반 의석을 확보할지의 여부.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이 자민련과 손 잡지 않아도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하게 돼 정국 운영권을 장악하게 된다.

그러나 양정규(梁正圭) 부총재는 “이번 재·보선 승리의 의미는 국회의원 선거 세 곳에서 이겼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절대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도 “자민련에서 의원을 빼내올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우리 당은 절대로 남의 당 의원을 빼내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한다”고 답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선택〓재·보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한나라당이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할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 재·보선을 통해 드러난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에 부응해 현 정권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여야 한다는 여론이 당 내에 적지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주요 당직자들의 생각은 이와 달랐다. 대여 공세를 강화하면 교만한 처신으로 간주돼 국민적 반감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당 내 부설기관인 여의도연구소장의 유승민(劉承旼) 소장은 “재·보선 결과로 이미 표면상 정국 주도권을 쥔 만큼 오히려 정부 여당의 국정 운영에 협조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권의 대응〓민주당 관계자들은 향후 정국 운영 방안을 묻는 질문에 한결 같이 “대응책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저 정기국회에 성심껏 임하고, 경제 회생을 위해 노력하며,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 작업에 매진할 뿐 다른 방책이 없다”는 게 당직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하는 등 거대 여당에 적극적으로 다가가 여야 관계를 협조적으로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당직자들은 “그런다고 달라질 게 무엇이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광옥(韓光玉)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체제에 대한 반발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문을 보이고, 대통령후보를 조기 가시화해 그 탄력으로 내년 대선까지 정국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한 당직자는 “당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소지가 크다”며 “동교동을 비롯한 당의 기존 체제로는 민심 회복이 어렵다는 생각이 폭넓게 퍼져 정풍 운동 등의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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