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0월 5일 18시 4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975년에 일본에서 처음 발간됐던 이 책은 철학을 통해 일본의 근대를 정리하려는 시도였다. 일본사회에서는 2차대전 패전 후 30년이 지나서야 금지됐던 일본근대사 연구가 가능해졌고 이 책은 그 초기의 성과다. 하지만 해방 후 반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근대철학사를 가지지 못한 우리로서는 우리의 근대를 정리하기 위해서도 참고해 볼 만하다.
17세기 서양 문물과 함께 도입된 계몽 철학, 전통 사상의 근대적 재편성과 독일 철학의 수용, 그리고 헤겔 철학과 사회주의 철학의 수용과 전개…. 그 과정을 보면 우리의 서양철학 수용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서양 학문 수용의 선구자인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 막부 말기의 양학자인 와타나베 카잔(渡邊華山), 사회진화론과 사회주의를 전파한 카토 히로유키(加藤弘之), 헤겔 철학을 수용한 타나베 하지메(田邊元), 문화주의를 제창한 소다 키이치로(左右田喜一郞)와 쿠와키 겐요쿠(桑木嚴翼) 등 수많은 일본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복잡다단했던 일본 철학의 ‘근대’를 적은 지면에 다 담아내려다 보니 개괄적인 내용밖에 다루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각 장 끝에 정리한 주요 철학자의 약력과 저작, 다양한 참고문헌, 부록으로 담은 일본 서양 대조 철학사 연표 등은 우리에게 아직 생소한 일본근대철학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